19년전 파업으로 도입된 업무개시명령, 화물연대에 첫 발동될까

입력 2022-11-25 18:03  

19년전 파업으로 도입된 업무개시명령, 화물연대에 첫 발동될까
2년 전 의사협회 파업시 의사 278명에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내려져
국토부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 검토"…실무 준비
29일 국무회의서 의결시 정부-화물연대 정면충돌 우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잇따라 '업무개시명령'을 언급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도입한 뒤 화물연대 파업에는 단 한 차례도 쓰인 적이 없었던 업무개시명령이 처음으로 발동될지 주목된다.
25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화물차운수사업법 14조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정했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려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며, 개시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화물차 기사 등이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차 불응 때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이 내려지고, 2차 불응 때는 화물운송자격이 취소돼 화물차 운행을 할 수 없게 된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도입됐다.
당시 화물연대는 5월 2∼15일, 8월 21일∼9월 5일 두 차례 파업을 벌였고 이 때문에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피해가 상당했다. 이에 정부가 법을 개정해 업무개시명령을 뒀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발동 '카드'를 쓰지는 않았다.

다만 2020년 대한의사협회 파업 때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은 발동된 사례가 있다.
2020년 8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와 전임의들이 문재인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 급여화 등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을 때다.
당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전임의 27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10명을 고발조치했다.
화물연대가 2003년 이후 19년 만에 한 해 두 차례 총파업을 벌이자 정부는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기 위한 실무 검토를 하고 있다. 2020년 당시 의사들에게 내린 의료법상 업무개시명령 사례도 조사·검토 중이다.
어명소 2차관은 "발동 요건을 깊이 있게 살펴보고 있다"며 "대체 운송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에 화물 기사들이 집단으로 운송을 거부하면 국가 경제에 너무나 심대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어 차관은 화물차주들이 대부분 개인사업자인 점 등을 고려해 개인사업자에게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가능한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에 포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총파업에 참여한 개별 조합원들을 특정해 법 집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결정한다면 다음 주 화요일(29일) 국무회의 안건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파업 무력화를 목표로 도입된데다, 사문화된 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개시명령이 떨어지면 정부와 화물연대가 정면충돌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교섭 일자를 잡지는 않았지만, 양측 모두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어 차관은 "화물연대에 대화를 제안했다"며 "통상 대화 제안 2∼3일 후에 만나곤 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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