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금리, 45일 연속 연중 최고치 경신…CP·전단채 23개월 만에 '상환>발행'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기업들의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시장 경색 현상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CP 금리는 45일째 하루도 빼놓지 않고 연중 최고치 행진을 하면서 연 5.5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수요까지 말라붙어 차환이 이뤄지지 않아 CP·전단채 상환액이 23개월 만에 처음 발행액을 앞질렀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연 5.50%를 기록했다.
CP 금리는 지난 9월 22일부터 지난 25일까지 45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CP 금리는 앞자리가 두 차례 바뀌어 연 3.15%에서 연 5.50%까지 올라섰다. 올해 금리가 연초 연 1.55%에서 시작된 점을 고려하면 한 해 동안 얼마나 매서운 속도로 올랐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이달 CP와 전단채의 월별 순발행이 약 2년 만에 처음으로 발행보다 상환 규모가 더 큰 '순상환' 상태가 됐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이달의 CP와 전단채 발행액(ABCP 제외)은 67조1천460억원으로 상환액(71조1천900억원)을 밑돌았다.
'순상환' 상태가 된 건 지난 2020년 12월(당시 8천100억원 순상환)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정부가 지난달 '50조+α(알파)' 규모의 시장 안정책 등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단기자금시장 경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달 시장 안정 대책 이후 시장이 많이 안정됐다면서도 "단기자금시장, 부동산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쏠림현상은 아직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기업들 입장에선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CP 등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부담스럽고, 설령 발행하더라도 이를 매입할 주체가 없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연 5.50% 수준의 CP 금리는 지난 2009년 1월 12일(연 5.66%) 이후 약 1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금 조달 비용이 불어나는 만큼 기업들이 차환보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환을 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CP 시장의 주요 주체인 증권사에 돈이 마른 것도 단기자금시장 경색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창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통상 증권사는 CP 발행사와 투자자 사이에서 중개 역할을 맡아 먼저 CP 물량을 대납한 뒤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는 방식"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그 대납할 자금이 없어 CP 투자자가 있어도 중개를 못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CP 등의 주요 수요처인 증권사 신탁과 랩 계정에서 대규모 자금이 유출된 것도 시장 위축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연말 기관들의 북클로징(book closing·회계 연도 장부 결산) 등으로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성 요인이 겹친 것도 '수요 가뭄'을 악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을 우려한 기관들이 북클로징 시점을 평년보다 앞당긴 것으로 전해진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가 단기자금시장에서 제 기능을 회복하려면 내년 상반기까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이슈가 진정돼야 하므로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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