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전방 수요 영향…석유화학 업계, 정기 보수·가동률 조정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여파로 석유화학 업황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국내 나프타 소비량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프타란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반제품으로, 석유화학 기초 원료로 사용된다.
27일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나프타 소비량은 3천287만1천배럴로 전월보다 7.4% 감소했다. 작년 동월과 비교하면 14.7% 감소한 것이다.
월별 나프타 소비량은 7월 4천78만8천배럴에서 8월 3천937만5천배럴, 9월 3천548만9천배럴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나프타 소비가 줄어든 것은 경기 침체에 따른 전방 수요 위축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프타를 고온 분해하면 플라스틱이나 합성고무를 만드는 원료인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얻을 수 있는데, 전방 산업의 제품 수요가 줄면서 나프타 수요도 함께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도 악화했다.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마진은 올해 1분기 평균 t(톤)당 278달러에서 3분기 180달러로 약 35% 떨어졌다. 지난해 3분기(335달러)와 비교하면 46% 급락한 것이다.
지난달 평균 에틸렌 마진은 176달러, 이달 25일 기준으로는 173달러를 기록했다.
에틸렌 마진은 에틸렌에서 나프타를 뺀 가격으로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데, 제품을 만들어 팔아봐야 손해를 보는 셈이다.
반면 재고자산은 쌓이고 있다.
기업분석 기관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종 25개 기업의 재고는 작년 말 20조4천330억원에서 3분기 말 29조7천127억원으로 45.4% 증가했다.
수요 위축과 재고 증가에 대응해 석유화학 기업들은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LG화학[051910], 대한유화[006650], 여천NCC 등 장기간 정기 보수에 돌입한 기업들도 있다.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 일단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정비와 안전에 집중한 뒤 업황이 회복되면 최대한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수요 위축은 원유 수입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트로넷에 따르면 월간 원유 수입량은 7월 9천817만6천배럴에서 8월 9천691만7천배럴, 9월 8천463만3천배럴, 10월 7천952만8천배럴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를 두고 경기침체 영향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 여름보다 가을에 석유제품 소비량이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이런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감소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이나 석유 수요 전망치들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상반기와 비교해 정제 마진도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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