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1천만원 격차에 종부세는 수백만원 차이…"세 부담 급증 우려"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차지연 곽민서 기자 = 야당이 정부·여당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에 반대하면서 내놓은 11억원 과세 기준 신설안이 오히려 납세자의 세 부담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야당은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중과세율을 유지하는 대신 보유 주택 합산 가격이 11억원 이하인 사람은 누구나 종부세를 내지 않게 하겠다는 방침인데, 이 경우 주택 가격이 11억원을 넘어가는 순간 세액은 큰 폭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27일 부동산 세금계산서비스 '셀리몬(sellymon)'의 종부세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과세기준일 현재 공시가 5억원짜리 주택과 6억원짜리 주택을 한 채씩 보유해 합산 공시가가 11억원 상당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민주당안 기준으로 '0원'이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대표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에 따라 산출한 수치다. 개정안은 다주택자(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3주택 이상)가 보유한 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 이하인 경우 종부세 납세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보유 주택 합산 가액이 11억1천만원(공시가 5억1천만원·6억원 주택을 1채씩 보유)인 2주택자가 부담해야 하는 종부세액은 단번에 582만1천58원으로 급증한다.
공시가 11억원까지는 세 부담이 전혀 없지만, 일단 종부세 과세 기준을 넘겨 납세 의무가 발생하면 세액이 한꺼번에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특히 민주당안은 다주택 중과세율을 유지하고 기본공제 금액도 그대로 6억원으로 두기 때문에, 다주택 납세 의무자들은 6억원이 넘는 주택 가격분에 대해 중과세율로 세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보유 주택 공시가 합산 가액이 20억원인 2주택자의 종부세액은 2천190만1천964원까지 불어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김경호 전문위원은 조세소위원회 법안 심사 자료에서 "기본공제 금액을 그대로 두고 납세 의무자 범위만을 조정하는 경우 납세 의무자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11억원을 넘어서는 순간 급격한 세 부담이 발생하는 '문턱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경우를 정부안 기준으로 보면 보유 주택 합산 공시가격이 11억원인 2주택자는 73만5천360원의 종부세를 부담해야 한다.
정부안에 따르면 보유 주택 공시가 합산 가액에서 기본 공제금액 9억원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세금이 발생하므로, 민주당안과 달리 11억원어치 주택을 보유한 2주택자도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안 기준 종부세 기본 공제금액은 현재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는 12억원)으로 올라가고, 다주택 중과세율도 폐지되므로 세 부담 자체는 현행 제도보다 내려가게 된다.
다주택 중과가 폐지되면 보유 주택 수와 상관없이 주택 가액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지면서 세 부담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보유 주택 합산 공시가가 11억1천만원인 2주택자의 종부세액은 77만2천248원으로 11억 2주택자와 큰 차이가 없다.
보유 주택의 합산 공시가가 20억원인 2주택자의 경우도 종부세액이 618만2천원으로 민주당안의 ¼ 수준에 그친다.
김 전문위원은 "최근 주택 공시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납세자 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중과세율 폐지와 세율 인하, 세 부담 상한 비율 하향 조정 등의 세제 개편 효과는 다주택을 보유한 납세 의무자에게 더 크게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셀리몬 운영사 아티웰스의 이선구 대표는 "다주택자는 종부세율 중과제도 등에 따라 부과 세액이 수천만원씩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 "종부세 관련 법 개정 상황을 고려해 개인별 절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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