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사우디전 충격 컸던 아르헨 국민들 드디어 웃었다

입력 2022-11-27 09:51   수정 2022-11-27 11:22

[월드컵] 사우디전 충격 컸던 아르헨 국민들 드디어 웃었다
모든 상점 문닫아 적막했던 거리, 2시간 만에 환희의 시민들로 가득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빨리 계산해 주세요. 집에 가서 축구 봐야 해요", "경기를 꼭 이겨야 남편이 카드로 물건 사도 뭐라고 안 할 텐데…"
26일(현지시간) 오후 3시 30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여성의류 매장에서 고객들도 점원들도 분주히 움직였다.
카타르 월드컵 2조 예선 아르헨티나 대 멕시코 경기가 30분 후면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지난 22일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2대1로 진 아르헨티나에 오늘 경기는 월드컵 결승만큼이나 중요한 경기로 벼랑 끝에 몰린 자국팀을 응원하기 위해 귀가하려는 손님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카운터에서 계산하던 50대 고객 마리아는 "36연승에다 모두 아르헨티나가 카타르 월드컵의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했는데 첫 경기를 져서 충격이 매우 컸다. 오늘 지면 16강에 진출할 수가 없다. 대표팀이 승승장구해야 내가 돈을 펑펑 사용해도 남편이 잔소리를 안 할 텐데…"라면서 한숨을 쉬었다.
마지막 고객이 나가자 점원들은 샤터를 내리고 '축구 경기 후에 문을 엽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둘씩 문을 닫고 4시가 되자 거리엔 진짜 개미 한 마리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적막함이 흘렀다.

교민 최 모씨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낙이 바로 축구인데, 경제위기로 시름 하는 국민들에게 대표팀이 기쁨을 좀 안겨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르모 공원에 가서 응원하려다 더운 날씨로 포기했다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축구 전문 매체가 18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 정도만 아르헨티나가 16강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만큼 1차전의 상상치도 못한 패배가 충격적이었다는 뜻이다.
멕시코와의 2차전이 시작되었고, 경기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같이 경기를 보던 일행들의 모습이 비장하다 못해 말이라도 걸면 화를 낼 것 같았다. 한 명이 "이러다가 진짜 지는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오자 비난보다는 침묵이 흘렸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후반 19분 리오넬 메시의 골이 터지자 아파트 전체가 함성으로 이어졌다.
선제골로 앞서가자 일행들은 그제야 "나는 메시가 골을 넣을 줄 알았어"라거나 "이제야 아르헨티나 대표팀답다"는 등의 들뜬 대화를 나눴다.
엔소 페르난데스가 후반 42분 두 번째 골을 넣자 아르헨티나 캐스터의 외침과 함께 여기저기서 "아르헨티나 화이팅(VAMOS ARGENTINA)"이 울려 퍼졌다.
2대 0으로 경기가 끝나자 바로 2시간 30분 전 적막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걷는 사람들, 국기를 흔들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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