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이례적 온라인 서명운동…"시설격리 대신 자가격리로"

입력 2022-11-27 17:12   수정 2022-11-27 17:16

중국인들 이례적 온라인 서명운동…"시설격리 대신 자가격리로"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당국의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곳곳에서 시위와 탈출 등이 잇따르는 가운데 격리시설 대신 자가격리를 허용해 달라는 온라인 서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27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따르면 일부 중국인들은 온라인 아파트 단체 대화방 등을 통해 자신이나 가족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정부가 운영하는 격리시설 대신 자가격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이 좋은 생각이라며 지지한다는 내용의 답글을 달았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없고, 당국의 통제가 철저한 중국에서 당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은 자가격리를 하면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격리시설에 가는 것보다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말하는 격리시설은 컨테이너 병동을 모방해 경증이나 무증상자 등을 집단 격리하는 시설인 '팡창(方艙)의원'이다.
팡창은 '네모난 객실'이라는 뜻으로 체육관 규모의 큰 공간에 간이침대를 설치해 놓고 주민들을 격리하는 시설이다.
중국 정부는 경미한 코로나19 증세가 있거나 코로나19 확진자에 노출된 사람들을 의무적으로 이곳에 수용하고 있다.

그러나 팡창은 시설이 열악한 데다 많은 인원을 한 공간에 수용하면서 오히려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NS를 통해 공유되는 팡창의 열악한 사진이나 팡창 격리기 등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 중국인은 웨이보에 팡창에 있는 2주 동안 한 번도 목욕하지 못했다거나 화장실을 갈 때도 번호표를 받은 뒤 허가를 받고 갔다고 적었다.
그는 무증상 감염자 상태로 팡창에 갔는데, 2∼3일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지는 등 상태가 악화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보다 팡창에 끌려가는 게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서명운동은 SNS에 올라오는 즉시 삭제되는 것은 물론 서명운동을 제안한 사람의 계정도 삭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교민은 "단체 대화방에서 서명운동을 제안한다는 글을 보고 찬성한다는 댓글을 달았는데 1시간 정도 뒤 확인해 보니 내용이 모두 사라졌다"며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당국의 온라인 통제도 강화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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