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중국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반적인 국방전략을 점검 중인 호주 정부가 육군의 헬리콥터·장갑차 등의 구매 계획에 대해 전면 재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연방정부가 지난 8월 초 국가 간 무력 충돌을 대비한 호주방위군(ADF)의 전력 점검을 위해 설치한 '방위전략검토기구'(DSR)가 육군의 기존 전략 자산 구매계획을 보류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7일 보도했다.
중국이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는 등 남태평양 진출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호주 정부는 향후 10년간 국방·군수 분야에 2천700억 호주달러(약 232조 원)를 투자하는 등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9월에는 미국·영국과 새로이 '오커스'(AUKUS) 안보동맹을 체결하고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전격 결정하기도 했다
핵잠수함 도입에만 1천억 호주달러(약 90조 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효율적인 국방예산 운용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앵거스 휴스턴 전 참모총장과 스티븐 스미스 전 국방장관이 이끄는 DSR은 기존 무기 구매 프로젝트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믹 라이언 전 호주국방대학(ADC) 사령관은 "연방정부 관료들은 육군을 산불 진화나 재난 지원활동에 투입하는 병력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해군과 공군과 달리 육군의 무기 구매 계획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심사가 적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차드 말스 국방장관은 최근 '임팩트 있는 장거리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호주군의 목표라고 공언하면서 해군과 공군 위주의 국방력 증강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임팩트 있는 장거리 공격'은 호주군의 미래 전략을 위한 주춧돌"이라면서 "이를 통해 ADF는 장거리 권역에서 살상력·방어력·임전 태세를 갖춘 군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호주 국방부는 미사일·드론·제트 전투기 등 장거리 전략 자산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육군의 공격형 헬기·탱크·보병 전투차량 등은 이러한 전략 기조와 배치되는 성격을 갖고 있어 줄줄이 보류 또는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페트릭 콘로이 호주 군수산업장관은 지난 25일 180~270억 호주달러 (약 16~24조 원) 규모의 '랜드 400 3단계 보병 전투차량' 관련 수주 절차를 내년 초 DSR의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보류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의 한화 디펜스와 독일 군수업체 레인메탈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나 최종 결정이 DSR의 보고서 이후로 미뤄진 것이다.
또한 지난 3월 스콧 모리슨 전임 자유당 총리가 입안한 아파치 공격형 헬기 구매 계획은 아예 좌초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호주의 안보정책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마커스 헬리어 선임 분석관은 "1~2천km 사정권을 가진 장거리 미사일을 운용하는 전쟁에서 공격형 헬기는 별다른 효용이 없다"면서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여실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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