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 닮았지만 서서히 지속 성장하는 파충류·양서류와 다른 진화실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이 출현하기 전 고생대 석탄기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렉스)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였던 '와트키리아'(Whatcheeria)가 포유류처럼 청년기에 급격히 몸집을 불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2m까지 자라지만 도롱뇽과 같은 몸 구조를 가진 와트키리아는 현대 파충류나 양서류처럼 서서히 지속해서 몸집을 키우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시카고 필드박물관에 따르면 로욜라대학 생물학교수 메건 휘트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필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와트리키아 화석을 분석해 얻은 결과를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 발표했다.
미국 아이오와주 왓 치어(What Cheer) 인근의 석회암 채석장에서 발굴된 와트키리아 화석은 총 350여점으로 필드박물관에만 소장돼 있다.
와트키리아는 좁은 머리와 촘촘한 이빨 등이 악어 형상을 한 도롱뇽처럼 보이지만 오늘날 사지(四肢) 동물로 진화한 원조 사족생물의 한 계통으로 여겨지고 있다.
두개골의 구멍은 어류나 양서류와 비슷한 감각기관을 공유해 물속에서 생활한 것으로 추정되며 견고한 네 다리는 한곳에 웅크리고 있다가 지나가는 먹잇감을 덮친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와트키리아가 최상위 포식자로서 '석탄기의 T. 렉스'로 부를만하다고 했다.
연구팀은 청년기 이후 화석으로 남은 와트키리아의 대퇴골 9점을 얇게 썰어 생애에 걸친 성장 속도를 분석한 결과, 급속한 성장과 관련된 뼈 조직인 섬유층판이 발견되는 등 청년기에 급격히 성장한 뒤 정체 상태로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악어나 다른 많은 양서류처럼 지속해서 서서히 성장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어긋나는 것으로 포유류나 조류에 더 가까운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하버드대학 유기체 및 진화 생물학 교수 스테파니 피어스는 "몸집이 큰 최상위 포식자가 되려면 다른 동물을 쉽게 사냥하고 잡아먹히지 않도록 아주 빠르게 성장하는 것이 경쟁우위에 설 수 있다"면서 "와트키리아가 살았던 호수와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이런 점이 유리한 생존전략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빨리 성장하는 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만큼 먹이가 풍부하지 못할 때는 이런 점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진화가 정돈된 단계적 과정이 아니라 일련의 실험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는 것이라면서 "진화는 서로 다른 생활양식과 특성을 실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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