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 눈물 흘리며 반발…케임브리지 측 "다양한 사고방식"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영국 최고 명문 대학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이분법적 남녀 성별 구분에 해당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이단 논쟁이 불거졌다.
27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 칼리지의 조슈아 히스 연구원은 20일 대학 예배에 초청 설교자로 나서 중세·르네상스 미술작품과 유물 등을 근거로 이같이 언급했다.
히스 연구원이 내세운 '근거'는 14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유물 '본 드 뤽상부르(이트카 체스케 왕녀)의 기도서', 네덜란드 화가 장 말루엘의 1400년작 '피에타', 프랑스 화가 앙리 마케로니의 1990년작 '크리스트' 등이었다.
히스 연구원은 이들 작품에 묘사된 예수의 옆구리 상처가 여성의 신체 부위와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표현된 예수의 신체,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보유한 이런 작품 속 신체들이 '모든 신체의 신체'를 표현한 것이라면, 예수의 신체는 '트랜스젠더의 신체'다"라고 말했다.
당시 예배당의 신도들은 설교를 듣고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단!"이라고 고함치는 사람도 있었고, 일부는 눈물을 흘렸으며, 대다수는 설교 내용에 눈에 띄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당시 참석자는 텔레그래프에 전했다.
이 참석자는 마이클 배너 트리니티 칼리지 학장에게 설교 내용에 항의하는 서한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배너 학장은 이 항의 서한에 답장을 보내 히스 연구원의 분석을 하나의 학술적 견해로 인정했다.
그는 "나로서는 그런 견해가 합리적인(legitimate) 것으로 보였다"며 "오늘날 트랜스젠더 문제와 관련해 이런 이미지에서 남성·여성성을 보여주는 신체에 다양한 사고방식을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배너 학장은 BBC 라디오에서도 관련 질문을 받고 "그런 견해는 발표자 자신의 것"이라면서 "일부러 신도들을 욕보이거나 충격에 빠뜨릴 사람, 혹은 크리스천 신앙에 반하는 발언을 할 사람을 (설교자로) 초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니티칼리지는 해당 설교에 대해 "생각을 자극하는 학문적 탐구정신에 따라, 케임브리지의 열린 토론 정신에 따라 종교적 미술의 천성을 탐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1546년 창설된 트리니티칼리지는 노벨상 수상자 수십 명을 배출했다. 아이작 뉴턴의 모교로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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