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베이징과 상하이 등 중국 곳곳에서 당국의 방역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잇따르는 가운데 중국 네티즌들이 인터넷 우회 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시위 정보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텔레그램 한 오픈 채팅방에는 이날 오후 베이징 하이뎬구 한 지하철역에 모여 시위를 하자는 한 중국인 네티즌의 제안이 올라왔다.
하이뎬구는 베이징대, 칭화대, 런민대 등 중국 명문대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시위 제안자는 오후 6시 하이뎬구 황좡 지하철역에 모여 우루무치 화재 사과, 오프라인 수업 재개, 강제 유전자증폭(PCR) 검사 중단을 요청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각별히 주의하고, 주변 사람도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화방에는 네티즌 3천여 명이 참가하고 있었고, 이내 수십 명이 지지한다며 댓글을 달았다.
시위 예정 시간이 다가오자 채팅방에는 "황좡역에 도착했다"라거나 "인근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
또 다른 텔레그램 오픈 채팅방에서는 상하이 런민광장 1번 출구에 오후 8시까지 흰색 종이를 들고 모이자는 '백지 시위' 제안이 게시됐다.
이 채팅방에는 중국인 네티즌 6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었다.
중국 네티즌들이 자국 소셜미디어 웨이보가 아닌 텔레그램 등을 이용하는 이유는 중국 당국이 입맛에 맞지 않는 게시글이나 사진 등을 실시간으로 삭제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만리방화벽'(The Great Firewall)이라 불리는 인터넷 검열 통제 시스템을 이용해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위키피디아, 주요 외신 인터넷 사이트 등 자국에 불리한 '외부 정보'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대부분의 인터넷 채널을 차단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중국에서는 한국의 대표 메신저인 카카오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포털 다음에 접속할 수 없고, 네이버도 메인 페이지는 접속되지만, 네이버 카페 등 일부 서비스는 이용할 수 없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미 VPN을 이용해 만리방화벽을 무력화하는 데 익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20대 중국인은 "VPN이 없으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은 물론 세계적으로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와 메신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친구들도 상당수는 VPN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에서 공식적으로는 접속이 불가능한 트위터를 이용해 수시로 자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트윗을 올리고 있다.
VPN을 사용하면 금지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 VPN을 쓰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의 관련 법규에는 '해외망 연결은 국가 공용망에서 제공하는 채널을 이용해야 하며 어떤 단체나 개인도 스스로 해외망을 만들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위반하면 1만5천 위안(약 277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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