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노벨상 받은 지한파 프랑스 작가 특강서 밝혀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한국의 현대문학은 상상력은 결여되고 모더니스트적 미사여구만 늘어놓는 다른 여러 나라의 소설가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2008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82)는 28일(현지시간) "한국의 현대문학이 세계 문학에 신선한 공기와 젊은 피를 불어넣을 것"을 확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르클레지오는 이날 프랑스 파리코리아센터에서 열린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 개원 기념식에 참석해 '나의 한국, 문학과 평화의 터전'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2007년 이화여자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한 르클레지오는 제주와 서울을 각각 배경으로 삼은 소설 '폭풍우'(2014)와 '빛나-서울 하늘 아래'(2018)를 집필한 대표적인 '지한파' 작가다.
이화여대에 몸담고 있을 때 "서울 생활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르클레지오는 "사실 서울의 현실을 정말 깨닫게 된 것은 현대 문학을 통해서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윤동주를 시작으로 고은, 황석영, 이문열, 이승우, 곽효환, 한강, 김애란 등 한국의 작가와 시인 그리고 그들의 작품을 언급하며 자신에게 어떤 울림을 줬는지 세세히 전했다.
서울에 갈 때마다 윤동주의 '서시'가 새겨진 비석을 보러 남산에 올라간다는 그는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에 등장하는 사창가를 찾으려 소득 없이 헤맨 적도 있다고 밝혔다.
르클레지오는 "한국 현대 작가 중에는 황석영과 고은처럼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간 사람들도 있다"며 "두 사람이 노벨상을 받게 되기를 해마다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애란과 한강을 두고는 "두 작가 모두 그들의 작품을 읽는 동시대 독자 개개인이 조금 더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과의 차이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다"고 평했다.
이어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전쟁이 남긴 비극적인 유산을 등지지 않은 채, 관습에 얽매인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쟁취하고자 하는 자유"라고 덧붙였다.
한국어를 좋아한다는 르클레지오는 송기정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 명예교수가 진행한 좌담에서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배울 수 있는 문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눈앞에 보이는 문자를 따라 쓰기 좋아하는데, 그러다 보니 한국어는 라틴어 등 다른 언어들과 달리 모든 소리를 한글로 표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어는 발음이 정확하고 문법이 논리적"이라며 "유엔이 한국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예전에 누군가에게 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중국만큼 큰 나라도 아니고 한국어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달리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언어기 때문에 한국어를 세계에 보급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은 지난해 12월 파리에 개원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9월부터 한국어 초·중급 과정 14개 반을 운영하는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의 첫 수강생 모집에 90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 관심이 뜨거웠다고 밝혔다.
거점 세종학당은 세종학당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지역 본부로, 기존 세종학당 기능을 하면서 주변국에 있는 세종학당을 권역별 특성에 맞춰 지원하고 관리한다.
이해영 세종학당재단 이사장은 "프랑스 거점 세종학당이 유럽 지역 특징에 맞는 양질의 한국어, 한국문화 보급에 기여하고 한국과 프랑스의 활발한 문화교류를 이끌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