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제로' 목표 향한 주요 진전"…실현까지는 갈 길 멀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영국의 항공우주기술 업체 롤스로이스와 저비용 항공사 이지젯이 수소연료 항공기 엔진의 지상시험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로 밝혔다.
양사는 영국 국방부의 보스컴다운 야외 시험장에서 설계 개념을 시험하는 초기 실험을 시행했다며 "이는 수소가 미래의 '탄소 제로' 비행 연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하는 목표에 다가가는 중요한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롤스로이스와 이지젯 양사의 탈탄소 전략에서도 중요한 지점이라고도 강조했다.
양사는 장거리가 아닌 지역 운항 항공기에 널리 쓰이는 롤스로이스의 AE 2100-A터빈 엔진을 개조해 이번 시험을 했으며, 유럽해양에너지센터(EMEC)가 풍력과 조력으로 생산해 공급한 '녹색 수소'를 연료로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서 그랜트 섑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은 영국이 '탄소 제로' 비행으로 가는 글로벌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번 실험은 "진정한 영국의 성공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롤스로이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그라치아 비타디니는 올해 7월 이지젯과 이번 사업 협력을 발표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성과를 낸 점을 역설하면서 "수소의 '제로 탄소'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젯 최고경영자(CEO) 요한 룬드그렌은 "2050년까지 '넷 제로' 달성이라는 도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큰 발걸음"이라고 자평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롤스로이스 항공우주기술 디렉터인 앨런 뉴비는 이번 실험의 직접 목표가 이 항공기 엔진을 적절히 개조하면 등유가 아니라 수소를 연료로 해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주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지젯 최고운영책임자(COO) 데이비드 모건은 이지젯이 몇 년 전부터 미래 항공기용 추진 수단을 모색해 왔다며 "배터리 기술도 살펴봤지만 우리가 날리는 대형 상업용 항공기용으로는 쓸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 명백했다"고 BBC에 말했다.
다만 실제로 수소 연료를 활용한 제트비행기가 실현되려면 갈 길이 멀다. 지금까지 이뤄진 시험으로는 수소 연료를 이용해 제트엔진의 시동을 걸어서 저속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까지만 입증됐다는 게 BBC의 설명이다.
수소는 액체 상태로 만들더라도 부피가 등유의 4배에 이른다. 또한, 액체 수소연료 탱크는 영하 253도 이하를 유지해야 하며, 연소될 때는 다시 기체로 변환돼 엔진에 공급돼야 한다.
또 과연 수소 연료가 널리 보급된다고 하더라도 생산이나 수송 등 전 과정을 세계 전체로 따져 봤을 때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녹색 수소'라는 용어가 재생에너지 기술을 통해 생성된다는 의미로 쓰이기는 하지만, 수소는 어차피 전기분해로 생산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직접 쓰는 것보다 수소연료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롤스로이스와 이지젯은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레이스 투 제로'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양사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시험의 분석과 추가 실험을 거친 뒤 롤스로이스의 최신형 고출력 제트엔진 '펄 15'의 지상 시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사의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장기적으로는 비행 시험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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