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 즉각집행 '강공'…화물연대 가처분·소송 '맞불'

입력 2022-11-29 16:12  

업무개시명령 즉각집행 '강공'…화물연대 가처분·소송 '맞불'
2004년 도입 이후 18년만에 첫 발동…시멘트 운수종사자 2천500명 대상
국토부, 76개팀 투입 현장조사 착수…명령서 수령거부 속출할 듯
정부 손배소송 검토, 교통공사 등 연쇄파업 예고…노정 '강대강' 극한 대치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29일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응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즉각적인 집행에 돌입했다.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제도 도입 이후 1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일단 시멘트 운수 종사자 2천500여명이 명령 대상이다. 관련 운수사는 201곳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여기에 서울교통공사 노조(30일)와 전국철도노조(내달 2일)도 이번 주 파업을 예고하면서 노정의 '강 대 강' 대치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 윤 대통령, 직접 국무회의 주재해 업무개시명령 발동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심의·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이어진 레미콘 생산 중단으로 전국 대부분의 건설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될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제 임기 중에 노사 법치주의를 확고하게 세울 것이며,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법행위 책임은 끝까지 엄정하게 물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상 집단 화물운송 거부로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경우 등에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는데, 해당 법에 따라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건 법 개정이 이뤄진 2004년 이후 처음이다.
국무회의 심의 직후 국토부는 즉각 시멘트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집행에 들어갔다.



◇ 정부, 즉각 현장조사…명령서 송달 과정서 논란 불가피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꾸려진 76개 팀은 오후부터 바로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일제 현장조사에 나섰다.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 주소, 운송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화물차 기사들이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지 못해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 2000년 의약분업에 반발한 의사들의 파업 때처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한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은 유죄가 확정됐으나, 명령서를 송달 받지 못한 일부 의사들에 대해선 대법원이 파기 환송을 결정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명령서 자체를 수령 거부하면서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크다.
국토부는 우편 송달을 원칙으로 하되, 두 차례 반송되면 관보 공시 등으로 공시 송달을 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운수 사업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빨리 복귀하도록 하는 게 업무개시명령의 목적"이라며 "절차를 최대한 당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화물연대 "굴하지 않고 투쟁 이어간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16개 지역에서 동시에 결의대회를 열고 삭발 투쟁에 나섰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생계를 볼모로 목줄을 쥐고, 화물노동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정부는 화물노동자가 개인사업자라면서 '파업'이 아닌 '운송거부'로 부르고 있다"며 "개인사업자가 자신의 영업을 중단하겠다는데 정부가 일하라고 강요하고 개입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또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105호의 강제 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협약 105호는 정치적 입장 표명과 파업 참가에 대한 처벌로 강제 근무를 시킬 수 없도록 하고 있다. 176개국이 비준했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국이 아니다.
그러나 ILO 회원국은 비준 여부와 무관하게, 회원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기본협약의 원칙을 존중하고 실현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화물연대 주장이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소송을 제기한다면 정부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했고, 이에 따라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상당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대통령실은 이번 파업으로 정부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노정 간 팽팽한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면담을 끝냈다. 양측은 30일 같은 장소에서 2차 면담을 하기로 했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입장을 되풀이하는 상황이다.




◇ 광양항 컨테이너 반출입량 '제로'
파업 엿새째 산업 현장 곳곳의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전국 건설현장 912곳 중 508개(56%) 현장에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수도권 일부 주유소에선 재고 부족 현상이 일어나, 군 탱크로리를 활용한 긴급 수송을 하고 있다.
철강의 경우 화물차 출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하량이 평시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49% 수준이다.
국토부는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누적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광양항에서는 이날 컨테이너가 단 1개도 반출되지 않았다. 평소 오전 10시 기준 반출입량은 3천402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다.
다만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하는 장치율은 62.9%로 평시(64.5%)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정부는 이날 오전 화물연대 7천700명의 조합원(전체의 35%)이 전국 175곳에서 집회 및 대기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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