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기독교 비율 과반 첫 붕괴…성공회 국교 폐지론 고개(종합)

입력 2022-11-30 16:48  

영국 기독교 비율 과반 첫 붕괴…성공회 국교 폐지론 고개(종합)
무종교 37%로 10년새 12%P↑…민족 다양성 확대, 소수민족 18.3%
'의회·학교내 성공회 영향력 부당' 목소리…"비합리적이고 지속불가능"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최재서 기자 = 영국의 기독교 신자 비율이 인구센서스 조사 사상 처음 절반 밑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발표된 잉글랜드·웨일스 2021 인구 센서스 조사 결과 자신의 종교를 기독교라고 밝힌 응답자는 2천750만명으로 전체의 46%에 그쳤다.
이는 직전 센서스 조사 결과(59%·2011년)보다 1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응답자 수로는 550만 명이 감소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2001년 종교 관련 문항이 도입된 이후 영국 센서스 조사에서 기독교 신자 비율이 절반 밑으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대신 '무종교'라고 밝힌 응답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37%(2천220만명)로, 10년 전 조사(25%) 대비 12%포인트 올랐다. 응답자 수로는 850만명이 증가했다.
그 뒤로는 이슬람교(6.5%), 힌두교(1.7%), 시크교(0.9%), 불교(0.5%), 유대교(0.5%) 등의 순이었다. 6%는 응답하지 않았다.
영국 센서스조사에서는 항목에 없는 종교를 직접 써넣게 돼 있는데, 가장 많은 주관식 답변은 '이교'(Pagan)였다. 자연숭배나 다신교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종교적 색채 없는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인권단체 휴머니스츠UK의 앤드루 콥슨 대표는 "이번 센서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국민들과 국가가 어떻게 대립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는 것"이라며 "유럽의 그 어떤 국가도 비종교인 인구가 다수이면서 우리처럼 법률과 공공정책을 종교적으로 구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영국에서는 의회와 학교 등에서 더이상 성공회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국교로서의 지위를 폐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영국 의회는 성공회 주교와 대주교에게 상원 의석 26석을 할애하고 있으며, 국립학교에서는 기독교 예배를 의무화할 수 있다.
전영비종교협회(NSS) 대표 스티븐 에반스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비합리적이고 지속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킹스컬리지런던 신학·종교학과장 린다 우드헤드 교수는 "기독교가 다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정책이 사회와 동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코퍼스크리스티칼리지 스콧 피터슨 박사도 20세기 초반부터 국교를 유지하기 힘들어졌다며 "국왕이 성공회 수장이 되는 것은 1650년에는 말이 됐어도 2022년에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민족 다양성은 확대됐다.
소수민족 인구 비율은 18.3%로, 2011년 14%에서 상승했으며 국가정체성 측면에서 자신을 '오직 잉글랜드인'(English only)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58%에서 15%로 급락했다.
'오직 영국인'(British only)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9%에서 50% 이상으로 급등했다.
영어와 웨일스어 외에 가장 많이 쓰이는 외국어는 여전히 폴란드어이며, 10년 전 19번째였던 루마니아어가 2번째로 올라갔다. 3번째는 펀자브어다.
이번 센서스 조사는 잉글랜드, 웨일스에서 2021년 3월 진행됐다. 스코틀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이유로 조사를 1년 연기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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