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11월에 '쪼개기' 인사…능력 중심 발탁 기조 이어져
GSO 출범해 미래모빌리티 사업 이끌어…"변화·혁신 안정적 추진"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대자동차그룹이 30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위기 역량 강화를 목표로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인사에서 사장·대표 승진은 2명, 퇴진은 3명이었는데 정몽구(MK) 명예회장의 측근이 대거 물러나 세대교체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던 재작년이나 작년과 비교해 폭이 다소 줄어든 셈이다.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이뤄졌던 재작년과 작년 인사가 정 회장 직할 체제 구축에 초점이 맞춰줬다면 올해 인사는 이를 다지는 데 힘을 쏟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이 11월에 사장과 임원을 분리한 '쪼개기' 인사를 한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다. 통상적으로 현대차그룹은 4대 그룹 중 가장 늦은 12월 중후반에 임원 인사를 실시해왔다.
현대차그룹이 경쟁그룹인 삼성과 SK보다 앞서 이례적으로 빠른 인사를 단행한 데는 선제적으로 전략을 마련해 예측할 수 없는 경영 불확실성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 속에 진행됐지만, 현대차그룹의 '능력 중심' 발탁 인사 경향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최고창조책임자(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의 사장 승진과 이규복 현대차[005380]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의 현대글로비스[086280] 대표 내정이다.
동커볼케 신임 사장은 이번 인사로 피터 슈라이어 고문, 알버트 비어만 전 연구개발본부장, 호세 무뇨스 미주 사장에 이어 현대차그룹의 네 번째 외국인 사장이 됐다.
푸조와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의 대표 디자이너였던 동커볼케 신임 사장은 2015년 11월 슈라이어 고문에 의해 현대차에 영입돼 현대차 수석 디자이너와 제네시스의 디자인 부문 총책임자를 맡았다.
이어 2017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2020년 잠시 현대차를 떠났다 같은 해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기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CCO로 복귀했다.
그는 '값싼 차'라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지 못했던 현대차가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동커볼케의 사장 승진으로 정 회장 체제에서 한층 강화되고 있는 디자인 경영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그룹 미래사업의 프로세스 혁신을 진두지휘했던 이규복 신임 부사장이 현대글로비스의 대표로 내정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본업인 자동차 운반에 더해 수소와 스마트 물류,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룹에서 미래사업을 맡았던 이 신임 부사장이 수장을 맡게 되면서 현대글로비스의 사업 효율성과 기업 가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미래모빌리티 분야 컨트롤 타워인 '글로벌 전략 오피스'(GSO·Global Strategy Office)를 신설하기로 했다.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모빌리티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각 사업 본부에 퍼져있는 관련 기능을 한 곳으로 통합하겠다는 취지다.
GSO의 각 부문 인사와 세부 역할은 다음 달 사장단 회의에서 결정된다. 이에 따라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GSO의 수장에 누가 낙점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고려해 그간 추진했던 변화와 혁신을 안정적으로 이어 나갈 수 있도록 인사를 실시했다"며 "대표이사와 사장단의 전문성과 리더십에 바탕을 둔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내년 경영 구상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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