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영화제 폐막식서 작품 비판…주인도 이스라엘 대사 '사과'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스라엘의 저명한 영화감독이 분쟁지 카슈미르를 소재로 한 친정부 성향 인도 영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30일(현지시간)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이스라엘 영화감독 나다브 라피드는 지난 28일 인도 고아주에서 열린 인도국제영화제(IFFI) 폐막식에서 영화 '카슈미르 파일'에 대해 '선전영화', '저속한 영화'라는 표현을 동원해 비판했다.
그는 "'카슈미르 파일'이 이런 명망 있는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 포함된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라피드 감독은 이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상태였다. 라피드 감독은 베를린영화제, 로카르노영화제 등 주요 영화제에서 수상 경력이 있는 감독이다.
지난 3월 개봉된 '카슈미르 파일'은 '남아시아의 화약고'로 불리는 인도령 카슈미르가 무대다.
영화는 이슬람 반군에 의해 살해된 카슈미르의 한 힌두교도 가족 이야기를 담았으며, 나렌드라 모디 총리 등 여당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영화 내용을 지지하기도 했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곳으로, 양국이 여러 차례 전쟁을 치른 후 분할해 실효 지배하고 있다.
특히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의 경우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모디 정부에 반감이 큰 상태다.
라피드 감독은 '카슈미르 파일'이 정부의 강압적 통제로 고통을 겪는 현지 무슬림 주민이 아닌 힌두교도와 정부 측 입장만 대변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하지만 라피드 감독의 발언이 알려지자 온라인 등에서는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인도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를 중심으로 반발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네티즌 수난다 바시슈트는 트위터를 통해 "'카슈미르 파일'을 선전 영화라고 지칭하는 것은 심사위원의 권한을 넘어선 것으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IFFI 심사위원회는 "라피드 감독의 발언은 전적으로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인도 주재 이스라엘 대사도 공개 편지 등을 통해 사과했다.
나오르 길론 대사는 주최 측에 이번 결례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나는 영화 전문가는 아니지만, 인도의 상처인 역사적 이벤트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감각하고 주제넘은 일이라는 점은 안다"고 말했다.
라피드 감독은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