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사태 우려 美, 파병 설득…주변국은 위험부담에 '떨떠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미국이 갱단 폭력과 연료난에 따른 반정부 시위, 전염병 등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 다국적군 파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다른 나라들의 호응을 전혀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현직 미국 정부 관리들은 정부가 아이티의 인도주의적 위기로 인해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 난민들이 바다를 건너 미국 등으로 밀려들 것을 우려해 다국적군을 아이티에 파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아이티 정부는 지난달 갱단의 심각한 폭력행위로 국가가 마비되다시피 하자 국제사회에 정식으로 병력 파견을 요청한 바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아이티 인구의 거의 절반인 470여만 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며 인도주의적 재앙을 겪고 있는 아이티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니얼 푸트 전 아이티 주재 미국대사는 "아이티와 관련한 미국의 최악의 악몽은 바로 대량 난민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이 머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관리들은 2천500명 규모의 다국적군과 경찰만 투입해도 아이티의 주요 도로 등의 안전을 확보해 국민과 물자 등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 미국은 다국적군에 미군은 포함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거 20여 년간 지속된 미국의 아이티 점령과 잔인한 개입 등의 역사로 인해 상처가 아이티 국민들에게 남아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다국적군 파견에 아직 어떤 나라의 참여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지지하는 아이티에 대한 신속 대응군 배치 촉구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캐나다는 아이티 야권의 지지가 없는 상태에서 안보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미국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브라질 정부 관리들은 로이터에 자국이 아이티 사태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가 아이티 파병을 꺼리는 것은 군대 파견에 대한 보상은 불확실한 반면 위험은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국적군을 파견해 갱단과의 싸움에서 승리해도 수십 년간 정치·경제 엘리트와 강한 유대관계를 맺어온 갱단을 뿌리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피에르 에스페란스 아이티 전국 인권방어 네트워크 대표는 "경찰, 정부, 갱단 사이에 연결고리가 너무 많다"며 "정치 위기를 풀기 전에 외국 군대가 들어온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사이 아이티에서는 새로운 '대탈출'이 시작될 조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티와 카리브해의 섬 하나를 양분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은 국경에서 대대적인 아이티 난민 단속에 나섰다.
바다에서는 미국 해안경비대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아이티인 난민 7천여 명을 단속했다. 이는 이전 1년간(1천527명)보다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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