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퇴장으로 공청단파도 몰락…견제 세력들 힘 빠져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중국 상하이 출신 정계 인맥을 의미하는 상하이방의 '태두'인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30일 사망하면서 견제 세력 없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1인 천하'는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장 전 주석은 2004년 공산당 중앙군사위 주석직까지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에게 물려주고 완전히 공직에서 물러난 뒤로도 상하이방의 리더로서 인사와 정책 면에서 상당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
시진핑 집권 1기(2012년 11월∼2017년 10월)의 장더장 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시진핑 2기(2017년 10월∼2022년 10월)의 한정 현(現) 부총리가 최고 지도부(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올랐던 상하이방 출신 인사들이다.
장쩌민 전 주석의 막후 영향력 아래 상하이방은 오랫동안 중국 지도부에서 '지분'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시 주석 집권 이래 저우융캉을 필두로 범 상하이방 인사들을 대거 부패 혐의로 낙마시키면서 상하이방은 이미 급속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특히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제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바로 앞둔 지난 9월 '장쩌민 계열'로 분류되는 푸정화 전 사법부장과 쑨리쥔 전 공안부 부부장이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잇달아 사형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상하이방의 잔존 세력에 대한 시 주석의 '경고 메시지'로 읽혔다.
장 전 주석 만년에는 쩡칭훙 전 국가 부주석이 상하이방의 실질적 리더 역할을 해왔지만, 장 전 주석이라는 버팀목이 사라진 상하이방은 더욱 빠른 세력 위축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전직 최고 지도자로서 상하이방의 '정치적 병풍' 역할을 했던 장 전 주석이 별세함에 따라 쩡칭훙 세력 위주의 상하이방은 명맥을 유지하기조차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는 시진핑 주석 1인 체제에 대한 견제 세력이 한층 더 약해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달 당 대회 때 또 다른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의 극적인 몰락이 이뤄진 바 있다.
공청단파 최고위 원로인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이 당 대회 폐막식에서 퇴장당하고 공청단파 차세대 리더로 평가받아온 후춘화 부총리는 24인의 중앙정치국 위원에도 들어가지 못한 일이 공청단파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대변한 바 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 추종자들인 상하이방의 몰락은 사회주의 및 사회 통제 강화를 지향하는 시진핑 주석 노선에 대한 견제 세력이 더욱 약화함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 전 주석 사망이 "실질적으로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장 전 주석의 존재만으로도 상하이방의 명맥 유지에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남은 쩡칭훙 세력의 위축이 급속히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