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g의 마법' 프랑스 바게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입력 2022-12-01 04:24   수정 2022-12-01 11:39

'250g의 마법' 프랑스 바게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1유로(약 1천360원) 안팎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저렴한 프랑스 '국민 빵' 바게트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 간 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는 30일(현지시간) 모로코 라바트에서 회의를 열어 "바게트 빵의 장인 노하우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올렸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이 소식을 전하며 바게트를 "우리의 일상에서 마법과 같이 완벽한 250g"이라고 표현했다.
2018년 바게트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꺼냈던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위해 "제빵사들과 미식가들이 수년간 함께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 출신인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프랑스인의 생활 방식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바게트는 매일 하는 의식이자, 식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나눔과 즐거움의 동의어"라며 "미래에도 장인 정신과 사회적 관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러운 바게트는 프랑스 안팎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지만, 정성을 들여 바게트를 구워내는 장인들은 바게트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공장에 밀려 위기감이 고조됐다.
1970년만 해도 장인이 운영하는 빵집은 5만5천개로 주민 790명당 1곳이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3만5천개로 주민 2천명당 1곳밖에 남지 않았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시골에서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빵 소비가 늘어났고, 도시에서는 바게트 대신 버거 등 다른 빵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예전만큼 바게트를 많이 소비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바게트는 여전히 에펠탑, 베레모 모자 등과 함께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명실상부한 아이콘이다.
여론조사기관 피뒤시알은 2019년 프랑스가 하루에 1천600만개, 연간으로 따지면 60억개의 바게트를 생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바게트를 만드는 데에는 많은 재료가 필요하지 않다. 밀가루와 소금, 물, 이스트로 반죽을 만들어 4∼6도에서 15∼20시간 구우면 끝이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바게트 맛에도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매년 프랑스 최고 바게트를 뽑는 대회가 열리는 이유다.
바게트의 기원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나폴레옹의 군부대가 만들었다는 이야기, 오스트리아 제빵사가 1830년대 개발했다는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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