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4%·수입 8% 감소하며 무역적자 138억달러 전망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구자열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은 내년 한국의 무역 환경이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1일 전망했다.
구자열 회장은 전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진이 계속되고 통화 긴축으로 세계 경제가 빠르게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 회장은 "대내외 무역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내년 수출과 수입은 올해보다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내년 주요국의 경기 부진으로 수출은 4% 감소한 6천624억달러, 국내 경기 둔화와 유가 하락으로 수입은 8% 줄어든 6천76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무역 적자가 예상되나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적자 규모는 138억달러(약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협회는 전망했다.
특히 주력인 반도체 수출은 단가 하락과 전방 산업인 IT기기 수요 감소로 1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부문 수출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수요 감소와 설비 증축으로 9.4% 줄어들 전망이다.
협회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D램 단가가 올해도 20% 넘게 하락했고, 내년에도 글로벌 IT 수요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돼 우리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가 부진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에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에너지를 정제·가공해 수출하는 석유화학 제품의 단가도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디스플레이는 고성능 IT 단말기 OLED 채택 확대, 자동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와 전기차 수출 확대로 각각 2.3%, 1.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협회는 올해 수출과 수입을 지난해보다 각각 7.1%, 19.5% 증가한 6천900억달러, 7천530억달러로 추산했다.
올해 한국의 수출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며 세계 순위가 작년 7위에서 올해 6위로 올랐다.
수출 세계 5위 일본과의 격차도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고, 중계무역국인 네덜란드를 제외하면 사실상 5대 수출국의 반열에 올랐다고 협회는 평가했다.
다만 올해 에너지 인플레이션으로 수입이 급증하며 14년 만에 무역 적자로 전환, 연간 적자 규모가 45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조 원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올 하반기에는 상대적인 기저효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모습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로 무역수지 적자 추세는 여전히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자열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같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경우 우리 무역이 기대 이상으로 크게 회복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무역협회는 수출이 활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와 제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시장개척, 무역금융, 물류비 안정 등 수출기업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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