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일부 지역, 감염자에 시설 아닌 자가 격리 허용
광저우·충칭도 봉쇄 완화…'방역총괄' 부총리, '최적화 방역' 당부
(선양 홍콩=연합뉴스) 박종국 윤고은 특파원 = 베이징과 광저우, 충칭 등 중국의 대도시들이 속속 방역 완화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 전국 여러 도시에서 고강도 제로코로나에 반대하는 이른바 '백지 시위'가 발생한 이후의 대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중국 제조업 허브' 광둥성 광저우는 1일 하이주, 톈허, 바이윈 등 도심 9개 구(區)의 전면적인 방역 봉쇄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한 아파트 동(棟) 등만 봉쇄해 통제 구역을 최소화하고 임의로 봉쇄 구역을 확대하지 않는 한편,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은 즉시 봉쇄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격리 대상인 코로나19 감염자의 밀접 접촉자들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구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증폭(PCR) 전수 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전날 광저우 도심 도로 곳곳에 설치됐던 방역 가림막도 대부분 철거돼 차량 운행이 정상화됐다.
광저우 방역 당국은 "고위험지역에 대해서만 과학적이고 정밀한 방역과 PCR 검사를 하고,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광저우 톈허구의 대형 쇼핑몰들이 이날 문을 열어 내부의 음식점과 이·미용실, 영화관, 헬스장, 놀이시설이 영업을 재개했으며 이용객들에 대한 통제도 완화됐다.
개장한 쇼핑몰들은 "건강QR코드가 녹색이면 출입이 가능하다"며 "48시간 내 PCR 검사 음성 증명서가 필요 없다"고 안내했다.
섬유 산업 중심지인 하이주구 등 광저우 도심 지역은 지난 10월 말부터 전면 봉쇄돼 주민 외출이 금지됐다.
충칭도 도심 지역에 대해 서취(구 아래 행정단위)나 아파트 단지 등 소규모 구역을 기준으로 감염 위험이 낮은 곳의 인구 이동을 허용하는 등 점진적으로 봉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밀접 접촉자 기준을 엄격히 적용, 불필요한 사람들이 격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고, 조건이 되면 시설 격리 대신 자가 격리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 중국에서 가장 많은 하루 8천 명대 신규 감염자가 발생한 광저우와 충칭이 봉쇄 완화에 나선 것은 봉쇄 장기화에 반발한 시위가 잇따르는 등 민심 이반 조짐을 보이는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광저우 하이주구에서는 지난달 23일 밤 봉쇄 주민들이 통제를 뚫고 대거 탈출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봉쇄에 반발한 시위대가 진압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허베이성 성도(省都) 스자좡도 이날부터 창안구 등 6개 도심 지역의 생활·생산 질서 회복에 나섰다.
과학·정밀 방역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위험 지역을 조정해 저위험 지역은 쇼핑몰, 슈퍼마켓, 호텔 등 상업시설 운영을 재개하고, 일주일 내에 식당 내 식사와 실내 공공시설 운영도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봉쇄식 방역에 나섰던 랴오닝성 선양은 이날부터 식당 내 식사를 허용했다.
또 베이징 차오양구의 일부 서취는 코로나19 감염자 중 고령자, 임신부, 영유아 등의 자가 격리를 허용했다고 남방도시보가 보도했다.
차오양구의 한 주민은 "아파트 단지 내 2개 동에서 고령자와 임신부 감염자가 각각 한 명씩 나왔는데 모두 자가 격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염자 거주지의 같은 층에 사는 주민과 수직으로 배수관이 연결된 같은 라인 주민은 8일간 봉쇄돼 스스로 신속항원 검사를 해야 하지만, 그 외 주민은 외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의 한 방역 담당자는 "임신 8개월 된 임신부가 감염돼 상부에 보고, 자가 격리 허락을 받았고 주민들도 동의했다"며 "임신부와 노약한 감염자는 자가 격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식을 앓는 2살 된 영아가 코로나19에 감염됐으나 이웃 주민들의 권유로 부모가 '집에서만 머물겠다'는 확약서를 쓰고, 자가 격리하기로 했다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시돼 호응을 얻기도 했다.
종전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예외 없이 격리 병원으로 이송되고, 같은 동 주민들은 모두 격리 시설에 일정 기간 수용됐다.
아울러 로이터 통신은 밀접접촉자도 특정 조건에 해당하면 시설 격리 대신 집에서 격리하는 조치와 PCR(유전자증폭) 검사 대신 신속항원 검사를 늘리는 방안 등이 앞으로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런 동시다발적 방역 완화 조치들은 중앙 정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방역을 담당하는 쑨춘란 부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좌담회에서 "감염자 판정, 검사, 치료, 격리 등 방역 조처를 부단히 개선,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면서 경제 안정을 꾀해야 한다"며 방역 최적화 20개 조항의 차질 없는 추진을 당부했다.
특히 쑨 부총리는 이 좌담회에서 코로나19 최신 변이의 특성에 맞춘 방역 정책의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방역을 담당하는 쑨 부총리는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 약화, 백신 접종 확대, 예방 통제 경험 축적에 따라 전염병 예방 및 통제는 새로운 정세와 임무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예방 통제 정책은 지속해서 최적화되고 전체 인구, 특히 노인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치료제와 의료 자원 준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CMP는 "중국은 거대 인구 탓에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여전히 더 많은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강력한 방역 통제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용해온 평소의 경고 없이 중국의 고위 관리가 바이러스의 성질 변화를 인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쑨 부총리의 좌담회를 보도한 관영 통신 신화사의 보도에 '제로 코로나'라는 언급이 들어있지 않았다"고 SCMP는 덧붙였다.
SCMP는 "이는 중국 지도부가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부터의 출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최신 신호"라고 해석했다.
쑨 부총리의 발언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맞장구를 쳤다.
인민일보는 이날 "봉쇄는 신속히 하고 신속히 해제해야 한다"면서 "장기 봉쇄는 인민의 정상적인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불안감을 조성하기 쉽기에 그러한 상황은 시정하고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외 데이터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 변이 등에 비해 병원성과 독성, 중증 및 사망률이 현저히 낮다"며 "이는 오미크론의 특징일 뿐만 아니라 백신 접종 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인민일보는 "기저질환자, 고령자, 백신 미접종자는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되면 여전히 중증의 위험이 있다"며 "접종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 특히 고령자는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기존 백신은 오미크론 변이 감염으로 인한 중증 및 사망을 줄이는 데 여전히 좋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노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고령층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데 이어 나온 기사다.
대만 중앙통신사는 "중국 전역에서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항의가 들끓는 가운데 관영 매체들은 방역 업무에 대해 기존의 강경한 어조를 낮추고 바이러스 변이의 병원성 약화를 강조하며 노인층에 가능한 한 빨리 예방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민일보가 11월에 전염병 예방·통제에 관한 기사를 16건 내보냈는데 앞선 15건에서는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의 흔들림 없는 관철을 강조했지만, 16번째인 11월 30일자 기사는 '14억 명 이상의 중국인들이 함께 호흡하며 어깨를 맞대고 마음을 합치면 극복할 수 없는 비바람도, 극복할 수 없는 어려움도 없다'는 감성적인 어조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pjk@yna.co.kr,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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