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두 달째 줄고 소비·투자도 위축 조짐…-0.6% 전망도 나와
추경호 부총리 "경기 둔화 심화하는 엄중한 상황"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홍국기 박원희 기자 = 코로나19 충격 이후 약 2년간 한국 경제의 회복을 이끌었던 수출 엔진이 글로벌 경기 침체와 함께 빠르게 식고 있다.
여기에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다소 살아나던 소비와 투자 등 내수마저 치솟은 물가와 금리에 다시 움츠러들면, 올해 남은 4분기 경제가 심지어 뒷걸음칠 가능성도 있다.
◇ 3분기 순수출, 성장률 1.8% 깎아…10·11월도 수출 연속 뒷걸음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3%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2.3%) 이후 9개 분기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성장률이 2분기(0.7%)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특히 무역 부진이 두드러졌다. 수출은 반도체 등의 감소로 1.1% 늘어나는데 그친 데 비해 원유·천연가스 중심의 수입 증가율(6.0%)은 수출의 약 6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3분기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1.8%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성장률을 1.8%포인트 깎아내렸다는 뜻으로, 2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기여다.
그나마 성장률을 2.0%나 끌어올린 민간소비·설비투자 등 내수 덕에 힘겹게 역성장을 피한 셈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순수출의 마이너스 성장 기여도와 관련해 "반도체 수출이 감소한데다, 3분기에는 중장기 수요량 확보 차원에서 원유 수입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4분기 들어 상황은 더 나빠져 수출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액(519억1천만 달러)은 작년 같은 달(603억3천만 달러)보다 14%나 급감했다. 지난 10월 2년 만에 처음 감소(-5.7%)를 기록한 데 이어 두 달 연속 뒷걸음이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 수출 주력 상품인 반도체(-29.8%), 석유화학(-26.5%) 등의 수출이 큰 폭으로 줄었다.
산업부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 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품수지 적자 탓에 전체 경상수지도 10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물가·금리 상승에 소비·투자도 위축되면 내년 1%대 성장"…4분기 -0.6% 전망도
수출 공백을 소비와 투자가 계속 메워줄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한은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11월 전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10월(88.8)보다 2.3포인트 떨어졌다.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으로, 그만큼 높은 물가·금리 등 탓에 소비도 위축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심리 악화에 대해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한은의 1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BSI(75)는 2020년 12월(75) 이후 1년 1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2월 업황 전망 BSI(74) 역시 11월(76)보다 2포인트 하락해 2021년 1월(70) 이후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처럼 체감 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는데,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수출은 급감하고, 소비와 투자까지 위축되면 경기는 빠르게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재정 건전성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는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도 기대하기 어렵다.
한은(1.7%)을 비롯해 최근 수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의 내년 전망치를 1%대로 낮춰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당장 올해 4분기에 한국 경제가 2020년 2분기(-3.0%) 이후 2년 6개월 만에 다시 역성장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성장률이 4분기 -0.6%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수출에서 두 자릿수 하락률이 나타난데다, 물가상승과 이자비용 증가 탓에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최근 2∼3분기 성장을 이끈 소비도 함께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중소기업인과의 간담회에서 "물가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생산과 수출이 감소하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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