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금리는 연일 연고점…"비우량 채권 기피는 당분간 지속"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최근 채권 금리가 진정세를 보이고 수요예측도 잇달아 흥행하면서 그간 얼어붙었던 회사채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034730](AA+)는 전날 실시한 2천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천600억원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
2년물 1천억원, 3년물 1천억원, 5년물 300억원으로 모집에 나서 각각 2천700억원, 4천150억원, 1천750억원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하이투자증권(AAA)도 1천800억원 규모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천400억원을 모아 완판을 기록했다.
당초 계획은 1년물 1천300억원, 2년물 200억원, 3년물 300억원 모집이었지만 수요가 몰린 것을 고려해 총 3천억원 규모로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조만간 약 3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서는 SK텔레콤(AAA)도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가 높은 우량채 위주로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며 "SK텔레콤 수요예측도 무리한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지만 않는다면 무난하게 완판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이 흥행, 그간 얼어붙었던 단기자금시장에 온기가 돌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전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무보증 회사채 3년 AA-등급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2.3bp(1bp=0.01%포인트) 떨어진 연 5.445%였다.
무보증 회사채 3년 BBB-등급 금리 역시 전일보다 2.5bp 하락한 연 11.283%로 나타났다.
연초 각각 2%대, 8%대 수준이었던 이들 채권 금리는 올해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로 단기자금시장 경색이 점차 심화하고 레고랜드 사태까지 맞이하면서 연일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 10월 21일에는 각각 연 5.736%, 11.591%를 기록하며 연고점을 찍었다.
당시 대구교통공사(AA+)와 통영에코파워(A+) 등이 수요예측에서 모집액 미달과 미매각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금융당국이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증권업계도 중소형사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에 나서는 등 대책이 쏟아지면서 회사채 시장에 활기가 도는 분위기다.
다만 기업이 자금조달을 하기 위해 필요한 신용도 수준을 나타내는 기업어음(CP) 금리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전날 CP 91일물 금리는 5.53%로 재차 연고점을 형성했다.
CP 금리는 연초 1.55% 수준이었으나 꾸준히 상승하며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 채권 운용역은 "채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가 중·장기물을 선호하는 기관인 만큼 만기가 짧은 CP는 금리 관련 영향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채권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으니 후행성이 있는 CP 금리도 곧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비우량 채권의 경우 어려운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상위권 크레딧 채권(국채 외 채권)의 안정 기조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부동산 금융 부실화에 유의할 필요성에는 변화가 없는 만큼 A등급 이하 비우량 크레딧에 대한 기피 심리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부동산 익스포져(위험 노출액)를 보유한 섹터에 대한 시장 경계감이 지속될 것"이라며 "비우량 크레딧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우량 크레딧과의 차별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