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수산물 상승률 5.2→0.3% 둔화…가공식품 9.4%·외식 8.6%↑
공공요금 인상 여파 계속…전체 상승률 둔화에도 근원물가 그대로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곽민서 박원희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를 유지했으나 전월보다는 0.7%포인트(p) 둔화했다.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세가 꺾인 영향이 크다. 다만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오른 뒤 8월 5.7%, 9월 5.6%로 낮아졌으나 10월에는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5.7%로 오름폭을 키웠다.
지난 10월을 제외하면 7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하는 양상이다. 다만 5%가 넘는 상승률은 지난 5월(5.4%) 이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11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상당폭 내린 데에는 농축수산물 가격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은 0.3% 올라 전월(5.2%)보다 상승 폭이 크게 둔화했다. 농축수산물의 전체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전월 0.46%p에서 11월 0.03%p로 줄었다.
채소류(-2.7%)를 포함해 농산물이 2.0% 하락했는데, 농산물이 1년 전보다 하락한 건 지난 5월(-0.6%) 이후 처음이다.
양파(27.5%), 무(36.5%), 감자(28.6%) 등이 올랐으나 오이(-35.3%), 상추(-34.3%), 호박(-34.9%), 고구마(-13.5%) 등은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축산물은 1.1% 올랐다. 돼지고기(2.6%), 닭고기(10.2%)가 올랐지만 국산쇠고기(-2.4%)는 내렸다.
고등어(8.3%), 오징어(15.2%) 등 수산물은 6.8% 상승했다.
공업제품은 5.9% 올라 전월(6.3%)보다는 상승 폭이 둔화했다.
그러나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은 9.4% 상승해 전월(9.5%)과 비슷하게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빵(15.8%), 스낵과자(14.5%) 등이 오른 영향이다.
석유류는 5.6% 올라 전월(10.7%)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석유류는 지난 6월 39.6%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는 모습이다.
경유(19.6%), 등유(48.9%) 오름폭이 컸으나 휘발유(-6.8%), 자동차용 LPG(-3.2%)는 1년 전보다 가격이 내렸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6.2%로 전월(6.4%)보다 둔화했다.
이 중 외식은 8.6% 올라 전월(8.9%)보다는 상승률이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생선회(9.0%), 구내식당식사비(5.5%) 등이 올랐다.
외식외 개인서비스는 4.5% 상승했다. 보험서비스료(14.9%), 공동주택관리비(5.3%) 등이 오른 영향이다.
집세는 전세가 2.2%, 월세가 0.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는 23.1% 상승해 전월(23.1%)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기·가스·수도는 지난 10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라 전월(6.5%)보다 둔화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그리고 전기·가스·수도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면서 "다만 채소 등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의 오름세가 많이 둔화하며 상승 폭은 전월보다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어 심의관은 "원유(原乳) 가격 인상으로 가공식품 출고가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석유류 가격도 다소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개인서비스 가격도 최근 소비심리 추이를 고려하면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이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어 물가 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등락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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