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10년' 시들었던 中 반골기질, '백지시위'로 깨어나"

입력 2022-12-02 11:05   수정 2022-12-02 16:06

"'시진핑 10년' 시들었던 中 반골기질, '백지시위'로 깨어나"
코로나 봉쇄 항의시위, 시 주석 퇴진요구로…광범위한 불만표출 여건 조성
"반항심 큰 젊은세대, 공산당에 부담될 것"…당국은 검열강화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통치 10년간 시들어 버린 것으로 보였던 중국인들의 반골 기질이 코로나19 봉쇄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기로 다시 깨어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집권 직후부터 민주주의적 요구를 억누르는 정책을 펴온 터라 그동안 저항의 목소리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나면서 '이의제기의 전통'(tradition of dissent)이 다시 깨어나고 있으며, 그 영향은 거리 시위에 따른 충돌이 끝난 후에도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NYT는 관측했다.
이 신문은 '대관식'을 방불케 한 10월 하순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당 총서기직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 3연임 확정해 장기 집권 체제를 구축한 직후 대국민 연설을 할 때는 '제왕적 위세'(regal dominance)가 넘쳐났으나, 최근 전국 곳곳에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시위가 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이래 중국 공안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단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나, 당국은 지난달 30일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을 계기로 시위가 더 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장 전 주석의 장례식은 이달 6일 열릴 예정이다.


NYT는 시 주석이 당 엘리트는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으나 젊은이들을 비롯한 일부 사회계층에 대해서는 장악력이 그만큼 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전에는 시진핑 주석의 강경노선에 반대하는 소수파가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이들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자신들이 고립된 것이 아니라 동지들이 곳곳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외의 다른 이슈들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표출되기 쉬운 여건이 마련됐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등 각종 국제행사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등장한 모습이 중국 매체를 통해 계속 노출된 점과 카타르 월드컵 중계를 접한 중국인들이 요즘 다른 나라에서는 '노 마스크'로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도 불만을 부채질 한 요인으로 꼽힌다.
2020년 초부터 만 2년 가까이 늘 마스크를 쓰면서 정부가 시행하는 엄격한 방역 조치를 감수해 왔으나 더는 못 참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이달 1일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나섰으나, 최근 시위 참가자들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에 그치지 않고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통제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상하이에서 항의시위를 봤다는 에드워드 루오(23)는 NYT에 "이번 분노는 단 한 가지 정책(코로나19 대응)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3∼4년간 쌓였던 것일 것"이라며 "그동안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할 경로가 없었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 교정에서는 학생들이 검열을 폐지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이래 보안기관 강화를 통해 반대파를 억압해 온 까닭에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때처럼 대규모 민주화 요구 시위가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번 시위는 상당히 강력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시진핑 주석과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뉴질랜드에서 중국의 반체제 운동을 연구하는 중국학 연구자 제레미 바메 전 호주국립대 교수는 중국의 '이의제기 전통'에 대해 "(한때 가라앉은 듯했다가)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곤 하는 민족적 잠재의식 같은 것"이라며 "이는 자아와 권리와 사상의 투영으로, 이제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났다"고 NYT에 설명했다.
중국의 권위주의 정치를 연구하는 메리 갤러거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이번 시위를 겪은 중국 대학생 세대가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끝난 후 대학에 다닌 다른 세대들보다 훨씬 반항적이라는 점은 거의 확실하다며 "게다가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미래가 어둡기 때문에 그들(이번 시위를 겪은 중국 대학생 세대)이 반항적이 될 이유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은 검열 강화와 대학과 직장에서의 이념 교육 강화로 대학생들의 불만에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메 전 교수는 "중국에는 1억명 가까운 (중국공산)당원이 사회의 모든 곳에 뻗어 있다"며 중국 당국의 대응이 고강도로, 또 계획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limhwas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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