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푸틴과 대화 준비"…전쟁 피로감에 커지는 협상론

입력 2022-12-02 10:31   수정 2022-12-02 15:51

바이든 "푸틴과 대화 준비"…전쟁 피로감에 커지는 협상론
러 "미러 정상회담 안피해"…마크롱 "수일내 푸틴과 통화"
곳곳서 대화 '군불때기'…결국 푸틴·젤렌스키 결단에 달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9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협상론이 다시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됐다.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타협점은 보이지 않지만 피로를 느끼는 세계 곳곳에서 대화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언급이 쏟아졌다.
1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이 이 같은 '군불때기'에 동참했다.



◇ 바이든 미러 정상회담 언급…"푸틴 종전결단 없어 아직은"
바이든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주 조심스럽게 여기며 말을 꺼낸다"며 "만약에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방법을 모색하기로 결단하는 데 관심이 있다면 나는 그와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이긴 하지만 회담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아직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종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도 곁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이 미국의 일방적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협의를 통해서만 그렇게 할 것"이라며 "혼자서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대화 가능성에 문을 닫아둔 상태였다.
독일, 프랑스, 터키 등 동맹국 정상이 전쟁 전후에 설득을 위해 푸틴 대통령과 접촉할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동참하지 않았다.


◇ 푸틴에 출구전략 제시…러 "정상회담 절대 피하지 않겠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종전을 위한 출구가 생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방 정보당국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애초 며칠 내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으로 오판해 침공을 강행했다 고전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전 사상자는 10만명이 넘고 인적, 물적 동원과 침공에 따른 서방제재 때문에 경제도 침체에 빠져들었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군사대국 자존심이 꺾인 이번 전쟁에서 출구전략으로 미러 정상회담 카드를 주목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우크라이나와의 대결이 아닌 서방과의 대결이라고 자국민들에 선전해왔다.
푸틴 대통령도 구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국수주의자로서 미러 정상회담과 같은 '슈퍼파워 정치'에 집착하는 성향을 노출해왔다.
러시아에서도 미러 정상회담 가능성이 긍정적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자국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과 내가 여러 차례 말했듯 절대로 대화를 피하지 않는다"며 "미국 대통령 또는 내각 관료에게서 제안이 온다면 대화를 끊지 않겠다"고 말했다.

◇ 장기 소모전에 피로누적…협상론 높지만 당사국 타협점 안보여
현시점이 협상에 적기라는 주장, 타협 가능성에 대한 관심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원을 계속 빨아들이는 소모전이 된 까닭에 더 힘을 얻고 있다.
국제 사회는 심각한 인플레이션, 경기침체 우려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글로벌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차단 등으로 에너지난이 악화해 더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서방국 정부들은 종전협상이 당장 타결될 가능성은 없더라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만으로 지원에 지쳐가는 자국 국민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우크라이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라며 이런 구도를 직접 설명했다.
협상론이 계속 고개를 들지만 실제 협상의 관건은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의 타협 의지나 결단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단 표면적으로는 현재로서는 양국의 수일내 협상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체 점령지 회복, 러시아의 전쟁 배상금 지급, 전쟁범죄자 처벌, 우크라이나의 안전보장 등을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 4개주와 크림반도를 침공으로 병합하고 유엔 헌장을 위반하고 갖은 전쟁범죄를 저지른 러시아로서는 당장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 마크롱 "수일 내 푸틴과 통화"…시진핑, 협상 필요성 언급
서방은 협상이 가능해지는 시점까지 우크라이나의 협상력을 높여주기 위해 지원을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수일 내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다만 "우리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타협을 하라고 촉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우리가 지속가능한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와 미래에 대해 협상을 할 시점과 조건을 결정하도록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ABC방송 인터뷰에서도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 조건을 설정하기만 하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의 전략적 우방으로 평가되는 중국에서도 이날 협상론이 다시 제기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만나 협상을 촉구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정치적 수단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소하는 것은 유럽과 유라시아 다른 모든 국가에 최고 이익"이라며 "현재 여건에서 우리는 상황악화와 위기확대를 막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규탄을 삼가면서 이 같은 원칙을 계속 강조해왔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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