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언론·야권 탄압 우려…서방의 자유주의 가치 뿌리뽑아"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가 외국의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자국 내 비정부기구(NGO) 등을 통제하기 위해 제정한 '외국대행기관법' 강화법이 1일(현지시간)부터 발효하면서 자유 언론과 야권에 대한 탄압이 한층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채택된 외국대행기관법을 한층 강화한 '외국의 영향하에 있는 사람들의 활동 통제에 관한 법률'이 지난 7월 개정된 후 이날부터 발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에 반대했던 2012년 대규모 시위 사태 이후 통과된 이 법은 해외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정치활동을 하는 조직들에 대해 외국대행기관으로 등록하고 엄격한 규칙과 제한을 지키도록 요구했다.
외국대행기관이란 명칭부터 '외국 스파이'라는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NGO나 야권 단체 등의 정부 비판 활동이나 인권보호 활동을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법은 이후 꾸준히 개정, 강화되면서 지난 10여 년간 러시아 시민사회의 정부 비판 활동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개정법은 외국대행기관에 대한 정의를 '해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개인이나 단체'뿐 아니라 '(이전에) 지원을 받았거나 외국의 영향 하에 있는 사람들'로까지 확대했다. 지금까지는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경우에만 외국대행기관으로 지정됐었다.
'외국 지원'의 정의도 단순히 재정적인 것뿐 아니라 조직·방법론적, 과학·기술적인 것까지 포괄하도록 넓혔고, '외국의 영향'도 강요·설득을 포함한 외국 출처에 의한 지원이나 영향력 행사로 광범위하게 규정했다.
'외국 출처'에는 외국 국가와 정부, 국제 및 외국 기구, 외국 국민 뿐 아니라 해외 자금 지원의 중개 역할을 하는 러시아 개인이나 법인도 포함된다.
외국대행기관으로 지정된 개인이나 단체는 정부 기관을 포함한 많은 장소에서 집회를 열 수 없고, 공공 행사를 조직할 수 없다.
미성년자 교육활동에 참여할 수 없고, 국가기관에 근무할 수도 없으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부 기금도 받을 수 없다.
또 매년 외국 지원 현황과 활동에 대해 관련 부처에 보고해야 한다.
국외 망명 러시아 언론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개정법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의 러시아의 패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탄압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국내 비판 여론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개정 법률이 최근 러시아 하원을 통과한 '동성애 선전 금지 강화법'과 함께 서방의 자유주의 가치를 뿌리 뽑겠다는 푸틴 정권의 결의를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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