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 숨겼다가 도난 당했지만 신고 안해…강도 붙잡아 입막음 시도
조사위 보고서 발표 "헌법 위반 소지"…라마포사, 뇌물수수 의혹 부인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자신의 농장에 감춰둔 50억 원이 넘는 현금다발을 도둑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이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리며 탄핵 위기에 처했다고 미 CNN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조사해온 조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결과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위기를 맞았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2020년 2월 미화 400만 달러(약 52억 원)를 림포포주에 있는 자신의 농장 소파 내장재에 보관했다가 도난당했는데, 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감추려 했다는 논란이 번지면서 비리 의혹에 휘말렸다.
전직 대법원장이 이끄는 조사위원회(조사위)는 "(현금) 도난 사실을 경찰에 알리지 않은 것은 이를 비밀에 부치려고 한 고의적 결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라마포사 대통령의 소명이 충분하지 않고, 대통령 자격으로 또다른 소득을 취득해 헌법과 대통령 취임 선서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팜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논란은 지난 6월 아서 프레이저 전 국가안보국(SSA) 국장의 고발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프레이저 전 국장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뇌물로 얻은 현금다발을 도둑맞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직접 강도를 붙잡아 입막음했다고 주장했다.
프레이저 전 국장의 진술은 이번에 발표된 보고서에도 포함됐다. 그는 절도 사건에 라마포사 대통령의 농장에서 일한 가정부가 연루됐고, 대통령이 경찰과 국세청에 현금다발의 존재를 숨겼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도난당한 현금은 농장에서 키운 버펄로를 판매해 번 수익이며, 도난 사실을 대통령 경호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즉시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조기 선거를 요구했다.
야당 민주동맹(DA) 대표 존 스틴히슨은 "(조사위의) 보고서는 명확하다"며 "라마포사 대통령의 행동에 대한 탄핵 절차가 진행돼야 하며, 그는 지금까지 내놓은 답변보다 훨씬 더 충실하고 포괄적인 설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재임 동안 나의 맹세를 지키고 헌법, 제도, 법적 절차를 존중하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내가 어떤 식으로든 이 맹세를 어겼다는 사실을 단호히 부인하며, 나에 대한 모든 혐의 역시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라마포사 대통령이 보고서를 검토한 뒤에 적절한 시기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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