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4억년 전 북부 바다서 110㎞ 규모 충돌구 형성…약 1천500㎞ 밖까지 쓰나미 영향 분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에서 6천600만년 전 공룡이 멸종할 때 바다에 떨어진 소행성이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킨 것처럼 '붉은행성' 화성에서도 소행성 충돌로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한 것으로 제시됐다.
미국 행성과학연구소(PSI) 선임과학자 알렉시스 로드리게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약 34억년 전 화성에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킨 충돌구를 찾아낸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이 저널과 외신 등에 따르면 연구팀은 지금까지 화성 탐사선이 수집한 이미지를 종합해 만든 화성 표면 지도를 분석해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켰을 수 있는 소행성 충돌구를 찾아냈다.
연구팀이 '폴'(Phol)이라는 명칭을 붙인 이 충돌구는 행성의 북부 저지대 안 '크리세 평원'(Chryse Planitia)에 있으며, 지름이 약 110㎞에 달한다.
앞서 이뤄진 연구에서는 이 지역이 수심 120m의 바다로 덮여 있었으며, 34억 년 전 소행성이나 혜성이 떨어져 초대형 쓰나미를 유발했을 수 있다고 제시했으나 충돌구까지 밝혀내지는 못했다.
로드리게스 박사팀은 초대형 쓰나미를 일으킨 충돌구 위치까지 구체적으로 특정해 이전 연구보다 한걸음 더 나아갔다.
연구팀은 이미 형성 연대가 확인된 비슷한 시기의 다른 암석을 토대로 폴 충돌구가 이전 연구에서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약 34억년 전쯤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폴과 같은 형태의 충돌구가 만들어지려면 표면 저항력에 따라 약 3∼9㎞ 크기 소행성이 충돌해 50만∼1천300만 메가톤의 TNT 에너지갸 방출돼야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금까지 실험된 핵폭탄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꼽히는 '차르 봄바'의 TNT 에너지가 57 메가톤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는 지름 110㎞의 충돌구가 만들어지면서 약 1천500㎞ 밖까지 쓰나미 영향이 미치고 파고 높이는 250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76년 크리세 평원에 안착한 바이킹1호의 착륙지는 폴 크레이터와 약 1천㎞가량 떨어져 있어 쓰나미 반경에 들어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당시 전송된 사진에서 포착된 표면의 바위들이 초대형 쓰나미를 타고 밀려오고, 수로처럼 보였던 곳을 통해 바닷물이 빠져나갔을 수도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연구팀은 소행성 충돌이후 영향은 멕시코 유카탄반도 인근 칙술루브에 떨어져 공룡대멸종을 초래한 충돌 때와 유사했을 것으로 제시했다.
칙술루브에 떨어진 소행성은 수심 약 200m 해역에 떨어져 약 100㎞에 달하는 충돌구를 만들며 200m 높이의 초대형 쓰나미를 유발한 것으로 연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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