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추방 금지하는 러 헌법 보호 받게 돼"…미 국적 포기 여부는 미확인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사찰 의혹을 폭로한 전직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39)이 러시아 여권을 받고 시민권 선서를 했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이 2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는 스노든이 러시아 국적 취득 절차를 완료했음을 뜻한다.
스푸트니크통신은 러시아에서 그를 대리하는 변호인인 아나톨리 쿠체레나를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쿠체레나는 스노든이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함에 따라 자국 시민을 다른 나라로 추방하거나 인계하지 않는 러시아 헌법에 따른 보호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쿠체레나에 따르면 스노든의 배우자인 린지 밀스도 올해 내로 러시아 시민권을 취득하기 위한 신청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이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 중이다.
스노든은 영어와 러시아어를 모두 할 수 있으며, 그의 자녀들은 나중에 러시아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게 될 것이라고 쿠체레나는 말했다.
AP통신은 러시아 매체들이 전한 쿠체레나의 말을 인용해 스노든이 지난 1일에 시민권 취득 선서를 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러시아 매체들의 보도에 스노든이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는지 여부는 나와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스노든의 이름은 러시아 정부가 9월에 공개한 시민권 획득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은 2일 스노든의 러시아 시민권 취득절차 완료 보도에 관한 질문에 답하면서 스노든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려는 의향을 밝힌지는 오래 됐다며 "이번 절차는 형식상 마무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며 러시아 정부에 물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스노든은 2013년 6월 미국 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해 반향을 일으킨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스노든의 폭로 당시 미국 부통령이었다.
폭로 후 홍콩에 은신하던 스노든은 러시아를 거쳐 에콰도르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미 당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한 달간 발이 묶였다.
이 과정에서 2013년 7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때 대통령 전용기에 스노든을 태워 남미로 데려가려고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탓에 프랑스와 포르투갈 등이 영공 진입을 거부하는 바람에 모랄레스 대통령 전용기가 오스트리아 빈 공항에 비상착륙한 후 기내 수색까지 당해 외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스노든은 2013년 8월부터 러시아로부터 임시 거주 허가를 받고 이를 연장하면서 생활하다가 2020년 10월 영주권을 받았으며, 그 후 러시아 시민권 취득 신청을 냈다.
그는 2017년 미국인인 린지 밀스와 결혼했으며, 이 부부는 자녀 둘을 두고 러시아 모처에서 키우고 있다.
스노든은 2일 자신의 트위터(@Snowden)에 글을 올려 "내가 러시아에 있는 이유는 백악관이 내 (미국) 여권을 의도적으로 말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들(미국 정부)은 내가 떠나지 못하도록 하려고 볼리비아 대통령의 외교 항공기를 주저앉히기도 했고, 오늘날까지 나의 이동의 자유를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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