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감소에 제조업생산 23개월만에 최소…가동률도 2년 전으로 회귀
'근로소득 원천' 제조업 침체에 소비 우려…"성장 지탱할 부문 부재"
(세종=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전 세계 경기 둔화에 수출이 감소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2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그간 성장을 지탱해온 소비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투자 전망도 밝지 않아 오는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한국 경제가 역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 제조업 생산 23개월 만에 최소…가동률은 2020년 8월 이후 최저
4일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제조업 생산지수(계절조정 기준)는 전월보다 3.6% 감소한 110.5(2015=100)였다.
이는 2020년 11월(109.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생산능력 대비 실제 얼마큼 생산됐는지 실적을 보여주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전월보다 2.7%포인트 하락한 72.4%로 2020년 8월(70.4%) 이후 가장 낮았다.
제조업 경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충격을 받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제조업 경기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모습이다.
지난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7% 줄어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바 있다.
지난달 수출 감소율은 14.0%로 더 크게 줄면서 제조업 전망은 어두워지고 있다.
◇ 가구주 근로소득 27%가 제조업…가계 소비에도 악영향
제조업의 침체가 가시화하면서 가계 소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제조업에 종사하는 가구주가 벌어들인 근로소득은 전체 가구주 근로소득 가운데 26.9%를 차지했다.
이는 도소매업(9.3%),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8.2%), 건설업(7.8%) 등을 웃도는 비중으로 전 산업 가운데 가장 크다.
제조업 경기가 부정적으로 돌아선다면, 가계 소득에 일정 부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는 최근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한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고물가·고금리에 더해 악재가 하나 더 얹어지는 것이다.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기준 9월(-1.9%), 10월(-0.2%) 두 달 연속 줄어들고 대표적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점업(-1.4%)과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4%)의 생산도 감소하는 등 최근 소비는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11월 수출 감소 폭이 커졌고 특히 대중(對中) 수출의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어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라며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도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한국경제 2년 반 만에 역성장하나
수출은 감소하고 소비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투자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 10월 설비투자는 전월 대비 보합(0.0%)을 기록했지만, 향후 국내 설비 투자의 동향을 예고하는 국내기계수주는 9월(-25.8%), 10월(-13.5%) 두 달 연속 감소했다.
10월 주요 지표들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4분기 한국경제가 역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기준 2020년 2분기(-3.0%) 이후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4분기에 역성장 가능성이 꽤 있고 내년 상반기 중에도 한두 개 분기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출은 이미 빠르게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까지 높은 물가 수준이 이어지고 고금리 부담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업들은 투자를 과감히 늘리기 어렵고 주택시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건설 투자도 늘어나기 어렵다"면서 "우리 경제 성장률을 지탱해주거나 끌어올릴 부문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4분기나 내년 상반기 즈음에 역성장이 나올 수 있다"며 "다만 저축 등으로 가계의 소비 여력이 있어서 소비가 어느 정도 받쳐주면 경기 침체 폭이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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