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월말까지 80세 이상 90%·전체 인구 95% 백신 1차 접종 목표"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지난달 말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에 놀라 부랴부랴 방역 완화에 나서자 여러 지역에서 통제 정책을 신속히 바꾸고 있다.
그러나 3년 가까이 코로나19는 치명적이라며 감염자를 '0명'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해오던 중앙 정부가 하루아침에 입장을 바꾸자 일각에서는 두려움 속에 동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오미크론 계절성 독감 수준…두려워할 필요 없다"
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최근 감염자가 폭증해 여러 지역을 봉쇄해온 중국 광둥성 광저우의 보건 전문가들은 지난 2일 합동 기자회견에서 "현재 코로나19 오미크론 새 변이가 야기하는 증상은 매우 경미하고 계절성 독감과 유사하거나 심지어 덜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정말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광저우에서는 3일 신규 감염자가 4천922명 보고되는 등 지난 한달여 중국에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달 넘게 봉쇄된 하이주구(區)에서 격렬한 봉쇄 반대 시위가 잇달아 발생했다.
그런 광저우가 1일 하이주 등 도심 9개 구(區)의 전면적인 방역 봉쇄를 완화한다고 밝힌 데 이어 2일에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는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병원과 약국에는 PCR 음성 결과 대신 녹색 건강코드만 보여주면 입장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 중국의 건강코드는 녹색이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이어 보건 전문가들을 동원한 방송 기자회견을 통해 "감염자의 90% 이상이 무증상이고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됐다"며 "오미크론 변이는 이전 오리지널 바이러스나 다른 변이보다 병독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너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광저우뿐만 아니라 베이징, 선전, 충칭, 톈진, 청두 등도 더이상 대중교통이나 사무실, 쇼핑몰에 입장할 때 PCR 음성 결과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여러 봉쇄 지역이 해제됐고, 밀접 접촉자와 심지어 일부 확진자도 자가 격리를 허용했다.
확진자는 물론이고 밀접 접촉자도 '위험'하다며 격리 시설로 보내고 28∼48시간 내 PCR 음성 증명서가 있어야 바깥 활동을 가능하게 했던 이전의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다.
지난달 25∼27일 중국 곳곳에서 일어난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 이후 방역 담당 책임자인 쑨춘란 부총리의 입에서 '다이내믹 제로 코로나' 표현이 사라지고 "오미크론 변이의 병독성이 낮다"는 언급이 나온 후 일어난 변화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일 "중국 과학자들은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이전 코로나바이러스와 비교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음을 증명했다"며 "이는 우리가 오미크론에 겁먹지 말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고 강조했다.
◇ "중국 당국, 독감 접종률 목표치 각 지방정부에 하달"
이같은 기조 변화에 중국 당국이 방역 완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당국이 일상 회복의 중요 요건으로 평가받는 백신 접종률 상향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광저우, 구이저우, 간쑤 등 3개 지역 관리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내년 1월말까지 80세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인구의 백신 1차 접종률을 95%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각 지방 정부에 하달했다고 4일 전했다.
또한 현재 인구의 57%인 부스터 샷 접종률도 향후 두달 내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3천600만명이다. 현재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접종률은 40%에 머문다.
중국 전체 인구의 1차 백신 접종률은 90.2%이다.
구이저우의 한 관리는 "중앙 정부는 방역 제한을 완화할 경우 고령층이 가장 취약하고 치명률을 낮추는 유일한 방법은 적절한 백신 접종임을 홍콩과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배웠기 때문에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백신 접종 목표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 "방역 자유화 요구는 서방과 자본가의 음모"…일부 주민 "두렵다"
방역 완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음에도 정작 방역이 완화하자 이에 저항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명보는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점차 완화하자 보수주의자들은 완전한 봉쇄 해제에 반대하면서 PCR 검사 유지를 요구하는 여론 공세를 시작했다"며 "이들은 방역 완화 요구가 서방과 자본가의 음모라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화중전력보' 편집인 출신 보수 논객 리광만은 3일 "중국 사회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현재 전염병 예방·통제 정책의 조정은 신중해야 하다. 조금만 긴장을 풀어도 홍수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리광만은 겨울에 오미크론 전파가 매우 강해 두달도 안 남은 춘제(春節·중국의 설) 기간 사회적 혼란과 의료 체계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리광만의 글과 함께 방역 완화에 반대하는 여러 글이 같은 날 쿤룬처연구소의 홈페이지에 게재됐다.
해당 연구소의 인궈밍 연구원은 "일상 재개 후 경제가 좋아지고 사업이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순진하다"라며 "방역 완화 후 감염자가 도처에 널려있는데 누가 위험을 무릅쓰고 식당에 가겠냐"고 주장했다.
베이징항공항천대 장원무 교수는 "PCR 검사가 현재 전염병의 공격에서 중국인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며 "PCR 검사의 저지선이 무너지면 향후 해외에서 새롭고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중국에 들어오면 우리는 21세기 '상강전역'(湘江戰役)에 직면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상강전역'은 중국 국공내전 당시 공산당의 홍군이 대패한 전투 중 하나다.
또 웨이보에 팔로워 109만 명을 거느린 '선전 샤오티엔' 계정에는 "미국은 자국 백신을 중국에 들여오기 위해 중국의 방역 완화를 촉구한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실제로 방역 완화 조처에 따라 코로나19 확산 불안감이 커지면서 중국인들의 N95 마스크와 한방 독감 치료제인 '렌화칭원', 가정용 산소호흡기 구매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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