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반정부 시위를 상징하는 노래가 국제 스포츠대회에서 또다시 '홍콩 국가(國歌)'로 잘못 연주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홍콩 당국이 해당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지침을 발표한 직후 벌어진 일이다.
4일 더스탠더드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지난 2일 두바이 '아시아 클래식 파워리프팅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홍콩 반정부 시위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로 연주됐다.
이에 금메달을 딴 홍콩 선수 수산나 린이 'T'자 수신호를 만들어 국가가 잘못 연주되고 있음을 표시했고, 뒤이어 중국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이 다시 연주되기 시작했다.
홍콩 정부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해당 사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중국홍콩체육협회·올림픽위원회(이하 위원회)에 이를 중대하게 다룰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산하 모든 연맹을 대상으로 국제 경기에서 국가와 홍콩 깃발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하달했다.
위원회는 국가를 녹음한 오디오 파일을 담은 컴퓨터 디스크와 홍콩 깃발을 각 연맹에 제공할 것이며, 각 연맹은 국제 대회마다 주최 측에 이를 제공하고 확실한 수령 확인을 이메일이나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기록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국가가 잘못 연주되거나 잘못된 깃발이 게양될 경우 선수 등은 즉시 'T'자 수신호를 만들어 오류가 있음을 표시해야 하고 즉각 이의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류가 즉시 정정되지 않을 경우 바로 경기장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해당 지침은 '글로리 투 홍콩'이 잇달아 국제 럭비대회에서 '홍콩 국가'로 잘못 인용되자 홍콩 당국이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지난달 13일 한국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에서 '글로리 투 홍콩'이 '홍콩 국가'로 잘못 연주된 사실이 알려지자 홍콩에서 파문이 일었다.
이후 지난 7월과 이달 6일 세계럭비연맹이 주최한 대회에서는 홍콩팀의 경기에 앞서 '의용군 행진곡'이 연주될 때 방송 생중계 화면에는 '홍콩의 국가 글로리 투 홍콩'이라는 잘못된 자막이 나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을 키웠다.
이 같은 사고는 구글, 유튜브 등 여러 검색 엔진에서 '홍콩의 국가'를 검색하면 '글로리 투 홍콩'이 상단에 뜨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대가 이를 '비공식 국가'로 부르고 관련 영상과 게시글이 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인천에서 벌어진 사고는 아시아럭비연맹으로부터 홍콩 국가 연주 테이프를 전달받지 못한 대한럭비연맹 스태프가 인터넷에서 '홍콩 국가'를 검색해 뜬 '글로리 투 홍콩' 파일을 내려받아 틀면서 벌어진 실수라고 주최 측은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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