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푸틴 텔레그램이 진원…신뢰도 낮고 증거도 제시안해
권위지 일제히 '거리두기'…팩트체크 언론 "조심하라" 촉구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이 서방 대중지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인용되는 정보 출처의 신빙성이 높지 않아 서방 주류 언론은 건강이상설에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뉴스위크 등에 따르면 가장 최근 불거진 루머는 푸틴 대통령이 계단에서 넘어져 대변을 실금했다는 내용으로, 반(反) 푸틴 성향의 '제너럴SVR' 텔레그램 채널이 지난 1일 주장한 내용이다.
이 채널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제재로 인한 경제적 피해,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 야전 상황 등을 보고받고는 기분이 상한 가운데 관저 계단에서 넘어졌으며, 이미 소화기관 종양으로 고통을 받던 상황에서 불시에 쓰러져 꼬리뼈가 직격당하자 그 고통을 참지 못해 자기도 모르게 속옷에 대변을 배출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 채널은 당시 관저 의료진이 푸틴 대통령을 욕실로 데려가 씻긴 뒤에야 진료를 할 수 있었다는 등 구체적인 정황까지 제시했다.
이날 영국 타블로이드지 더선이나 미러, 미국 대중지 뉴욕포스트 등은 이 채널을 인용,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스놉스나 뉴스위크 등의 팩트체크 전문 언론인들은 이 채널을 출처로 삼아 게재된 내용을 사실로 인용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너럴SVR은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연락이 닿는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증거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변실금 내용도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앞서 푸틴 대통령의 췌장암 환자설, 암 수술설, 초기 파킨슨병 진단설, 조현병 진단설 등도 상당 부분은 제너럴SVR 채널의 주장을 인용한 경우가 많았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건강이상설이 계속됐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된 경우는 드물다.
푸틴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조금만 불편한 표정이나 몸짓을 보이면 타블로이드지를 중심으로 건강이상설이 확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건강 이상설이 오랜 기간 유지되는 것은 전쟁 이후 푸틴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뉴욕타임스(NYT), CNN, 가디언 등 유력 언론은 건강이상설 보도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국방·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라크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전 소장은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사진으로는 파킨슨병 또는 암 환자인지 알 수 없다"며 "솔직히 말해 푸틴 대통령은 단지 건강염려증 환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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