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일 백신 접종 강조…방역 완화 혼란 이어져(종합)

입력 2022-12-05 15:56   수정 2022-12-05 17:38

중국 연일 백신 접종 강조…방역 완화 혼란 이어져(종합)
PCR검사소 대폭 줄어 불편…관영매체 "코로나 전염병 등급 하향해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연일 백신 접종을 강조하며 '제로 코로나'에서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5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중국 방역 전문가인 장원훙 푸단대 부속 화산병원 감염내과 주임은 지난 3일 한 의학 포럼에서 백신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 접종률 제고와 조기 약물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닥터 파우치'로 불리는 그는 "백신 접종과 약물 치료를 통해 우리는 바이러스를 길들이고 통제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을 수 있다"며 "고령자, 기저질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보호가 전염병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차 추가 접종 시 2가 백신을 선택할 것을 제안했고, 이후 4차 접종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주임은 중국이 더는 '감염 제로'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되며 중증이나 유증상자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전날 논평에서 "주요 집단의 예방 접종을 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민일보는 여전히 2차 백신 접종과 부스터 샷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노인층이 상당수 있다면서 "고령자의 백신 접종률은 아직 중증 질환과 사망에 대한 장벽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어 이들의 접종률을 높이는 것이 매우 필요하고 시급하다"고 썼다.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날 광저우, 구이저우, 간쑤 등 3개 지역 관리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내년 1월 말까지 80세 이상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을 9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전체 인구의 백신 1차 접종률을 95%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각 지방 정부에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 인구의 57%인 부스터 샷 접종률도 향후 두 달 내 9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코로나19 합동 방역 통제기구가 '노인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노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강조한 이후 당국이 구체적으로 이러한 목표치를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2020년 기준으로 중국의 80세 이상 인구는 3천600만 명이다. 현재 이들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은 76.6%, 3차 접종률은 40%에 머문다. 중국 전체 인구의 1차 백신 접종률은 90.2%이다.

아울러 지난 7월까지 4년여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주임을 맡았던 가오푸 중국과학원 원사는 전날 "과학자들은 2년 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며 "향후 전염병의 예방·통제 목표는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질병을 제거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3년 가까이 감염자를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해온 중국이 정책의 방향을 틀기 시작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관련 발언이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관영매체 이차이는 전날 밤 익명의 보건 전문가를 인용해 중국이 코로나19의 전염병 등급을 낮출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20년 1월부터 코로나19를 전염병 B등급으로 분류했지만, A등급의 대응 규정에 따라 관리해 왔다.
흑사병, 콜레라 등이 포함된 A등급 전염병은 지방 당국이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고 관련 지역을 봉쇄할 권한을 부여한다.
B등급에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이즈·탄저병이, C등급에는 독감·나병·볼거리 등이 들어있다.
해당 전문가는 "대부분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무증상이고 치명률은 매우 낮다"며 "코로나19의 전염병 대응 등급은 B나 C로 하향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차이는 "중국 코로나19 감염자의 95% 이상이 무증상이고 경증"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A등급 대응 규정을 고수하는 것은 과학에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코로나19의 전염병 등급 하향 조정에 대한 아이디어가 처음 제기된 것"이라며 "중국 보건 당국의 전염병 등급 조정은 국무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방 정부가 방역 조치를 완화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SCMP는 "일부 정책 방향이 여전히 모순되는 상황에서 일부 도시들은 여전히 통제 정책의 완화를 주저하고 있다"며 "또한 중국이 다른 대부분의 나라처럼 모든 통제 수단을 한꺼번에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징후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이징시의 경우 지난 며칠간 주민들은 혼란과 혼돈을 토로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차오양구 주민 웬이 왕 씨는 SCMP에 "PCR(유전자증폭) 검사소가 줄어든 탓에 난 검사를 받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고 결과도 더디게 나왔다"고 말했다.
베이징시가 병원과 대중교통에서는 PCR 음성 증명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사무실이나 쇼핑몰에 들어갈 때는 필요한데 검사소의 수가 갑자기 대폭 줄어 불편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감염자 수가 줄어든 것은 검사소 수가 감소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차오양구는 주민의 불만이 이어지자 3일 밤 사과하며 일부 검사소의 문을 다시 열었다.
명보는 "인터넷에는 이러한 상황을 풍자한 애니메이션도 올라왔다"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은 PCR 검사가 필요 없다며 잠시 기뻐했지만, 곧 여전히 PCR 검사가 필요한 사실을 알고 검사소를 찾았으나 없어서 괴로워하다가 결국 화를 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검사소가 없어진 상황에서 사람들이 PCR 검사소 앞에 길게 줄을 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고 사람들은 감기약과 해열제 사재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학생들은 24시간 음성 증명서가 없으면 학교에 갈 수 없다", "검사 결과를 증명할 필요성이 완전히 감소하기도 전에 검사소를 폐쇄하는 이유가 뭐냐" 등의 불만이 올라오고 있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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