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도 정부도 2003년 총파업 닮은꼴…19년만에 최장기간

입력 2022-12-05 17:14   수정 2022-12-05 17:19

화물연대도 정부도 2003년 총파업 닮은꼴…19년만에 최장기간
2003년 16일 총파업이 최장기간…한 해 두 차례 파업
노무현·윤석열 정부의 '같으면서도 다른' 강경 대응
盧 "단호하게 법과 원칙 대응"…尹 "법치주의 심각한 위협"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12일째를 맞았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열흘 넘게 이어진 것도, 한 해 두 차례 파업을 벌인 것도 2003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대화 없는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던 노·정의 대응 역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파업이 역대 최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집권 초기 1차 파업 맞닥뜨린 盧·尹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올해 6월 7일부터 14일까지 8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작년 11월에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3일간 파업했다.
2016년에는 10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총파업을 이어갔다. 화물차 차주의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시키는 '지입제'를 폐지하고 표준운임제(지금의 안전운임제)를 법제화하라는 게 요구 사항이었다.
2008년·2009년·2012년에도 총파업이 있었지만 5∼6일 뒤엔 끝났다.
파업이 열흘 넘게 지속된 건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화물연대가 가장 길게 파업을 이어간 건 2003년이다. 8월 21일부터 9월 5일까지 16일간 화물차를 멈춰세웠다.
당시 화물연대는 한 해 두 차례 총파업을 벌였다.
2003년 4월, 운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한 30대 화물차주가 빚 고민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친척들에게 빌린 돈으로 25t 트럭을 구입해 운행했지만 차 할부금도 갚을 수 없었다. 이 화물차주는 화물연대 포항지부 조합원이었다.
조합원의 죽음을 계기로 화물연대는 정부 과천청사에 올라와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상경 시위를 벌였다. 포항지부 소속 화물차주들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물류 수송을 중단했다.
여기에 전국 화물차주들이 속속 동조한 게 2003년 1차 화물연대 파업이다.





당시 출범 두 달을 갓 넘겼던 노무현 정부는 경유세 정부 보전 확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대책 마련, 초과근무수당 비과세 대상 포함 등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전폭 수용하며 화물차주들을 업무에 복귀시켰다. 정부가 너무 많은 것을 내주고 사태를 수습한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왔다.
올해 화물연대의 1차 총파업도 정부 출범 초기에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초기엔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시간이 갈수록 산업계 피해가 커졌다.
결국 정부가 적극 대화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5차례 마라톤협상을 벌여 안전운임제를 연장하는 방안 등에 합의한 뒤 파업이 해제됐다.



◇ 파업 5일째 盧 보조금 중단·尹 업무개시명령 강경조치
2003년 화물연대의 2차 파업은 1차 파업 종료(5월 15일) 3개월 만에 재연됐다.
운송사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료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대화를 통한 사태 해결'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 대응'으로 기조를 180도 바꿨다.
'노정 협상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업무에 복귀하지 않은 화물차주에 대해선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유가보조금 지급 중단 조치가 발표된 시점은 파업 닷새째(2003년 8월 25일)였다.
당시엔 업무개시명령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초강경 카드가 운송료 협상의 핵심 쟁점이기도 했던 유가보조금 중단이었다.
이때 노무현 대통령은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집단에 대해선 단호하게 법과 원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보조금 중단 발표 다음 날엔 "물류 같은 국가 주요 기능을 볼모로 집단이익을 관철하려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단호히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정부도 화물연대 총파업 닷새째 시멘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추가 조치를 예고하면서 "화물연대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 자유를 빼앗고 경제 전체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했다.
두 정부는 19년의 간격을 두고 강경 조치를 계기로 화물차주들의 복귀가 이어지고 있으며, 파업 대오가 흔들리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수사·조사 기관을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인 점도 비슷하다.
2003년 당시 경찰은 화물연대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과 민주노총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았다.
이번엔 공정거래위원회가 화물연대 본부에 대한 현장조사를 시도하며 강공에 나섰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을 강요해 운송을 방해한 것이 일종의 '파업 담합'이라고 보고 있다.



파업 종료 이후 법 개정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노무현 정부는 2차 총파업 이후인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화물차 기사에게 강제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이후 화물연대 파업 때마다 집단행동이 확산하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파업을 강제 저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는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정상적 운송을 하는 화물차주를 방해할 경우 화물운송 종사 자격을 취소하고, 자격 취소 때는 2년 내 재취득을 제한하는 화물운수사업법 개정을 예고한 상태다. 이 또한 노무현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중 예고했던 업무개시명령을 파업 이후 제도화한 것과 비슷한 경로로 갈 수 있다.
19년의 간격을 두고 노무현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쓰는 강공책은 '평행이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의 유사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조치에 더한 '초강경 조치'를 추가로 적용하고 있어 압박 강도는 더 거세진 상태다.
19년 전, 화물연대 안에선 여론이 불리해지는 상황에서 파업을 장기화시키는 건 실익이 없다는 온건파와 명분 없는 퇴각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파가 팽팽히 맞서기도 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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