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유가상한제 시행일에 미사일 70여발 퍼부어…4명 사망(종합2보)

입력 2022-12-06 11:04   수정 2022-12-06 17:28

러, 유가상한제 시행일에 미사일 70여발 퍼부어…4명 사망(종합2보)
최근 2달새 8번째 대규모 공습…러 "목표물 17개 모두 타격"
우크라, 미사일 방어로 '선방'…"70여발 중 60여발 요격, 전국 전력망 온전"
이웃 몰도바에도 미사일 파편 낙하…러 언론 "우크라 미사일" 주장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특파원 황철환 기자 = 서방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 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 기반시설을 겨냥한 대대적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주택가가 파괴되고 전국 곳곳에 정전이 발생했으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몰도바에도 미사일 파편이 떨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화상연설을 통해 "이날 폭격으로 최소 4명이 숨졌다"면서 "많은 지역이 비상 정전 상태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적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미사일로 다시 공격했다"면서 자포리자에선 미사일이 민간 거주지에 떨어져 2명이 숨지고 어린이 등 3명이 다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수도 키이우와 빈니차, 오데사, 수미 등 전국 주요 지역의 전력 시설이 골고루 공격받았다고 전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에서는 공습으로 상수도 펌프장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어져 도시 전체에 물 공급이 중단됐다. 미콜라이우 시장은 화재 위험 탓에 도시 및 주변 지역에 대한 전력 공급이 끊겼다고 말했다.



중부 크리비리흐에서도 도시 일부에선 정전이 발생하고 상수도 펌프장과 난방시설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동북부 수미주 북부에서도 미사일 공격 탓에 정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23일 러시아군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으로 전력망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수도 키이우는 겨우 수리를 마치고 비상 정전에서 계획단전으로 이행한다고 주민에 공지한 직후 다시 공격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키이우의 기온은 영하 5도 안팎이었다.
안드리 유소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대변인은 이번 공습이 주로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해 진행됐다고 말했다. 브리지트 브링크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민간 기반시설에 대한 이번 공격은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가정을 전쟁으로 몰아넣는다는 러시아의 잔혹한 전략을 명백히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내 17개 목표물 전체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공격은 수일 전부터 예견됐기에 300만명이 거주하는 대도시인 키이우는 심각한 피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로이터는 진단했다.
영국 BBC 방송도 비록 러시아가 폭격으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공격은 이전에 진행됐던 비슷한 규모의 폭격보다 적은 피해를 주는 데 그쳤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으로부터 대공 미사일 체계를 지원받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이 발사한 미사일 상당수를 격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미사일 대부분을 격추했다"고 말했으며, 키이우 시당국은 키이우로 날아온 미사일 10개 중 9개를 쏘아 떨어뜨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총 70여 발 중 60여 발을 요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키이우, 오데사 등 각지의 에너지 시설이 손상됐고 일부 지역에서 비상 정전이 이어졌다"면서도 "전국적인 전력 시스템은 여전히 온전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남부 러시아 지상과 흑해 및 카스피해 해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했고, 전략 폭격기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방공망에 의한 미사일 요격을 어렵게 하기 위해 여러 차례에 나눠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했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이웃 몰도바에도 일부 미사일 파편이 떨어져 전력망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몰도바 전력 당국은 "전력공급에 교란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이 사태가 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몰도바 정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몰도바 브리체니시 인근에서 미사일 동체를 포함한 파편 5개를 발견해 폭발물 전문가가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것은 러시아의 대규모 테러 공격이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지역 전체에 대한 위협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러시아 타스 통신은 몰도바 현지 언론에 공개된 현장 사진에 비춰볼 때 미사일 잔해의 외형이 우크라이나군의 S-300 대공 미사일과 외견상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겨울을 앞둔 지난 10월부터 우크라이나 기반시설을 겨냥해 대략 매주 한 번꼴로 공습을 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단전과 단수가 속출하며 주민들이 힘든 겨울을 나야 할 형편이다.
이번 공습은 10월 이후 러시아가 가한 8번째 대규모 공습이다.
특히 이날은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호주가 러시아의 전쟁 자금 조달을 어렵게 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가격 상한제를 도입한 날이다. 이들 국가는 배럴당 60달러가 넘는 가격에 수출되는 러시아 원유에 대해선 보험과 운송 등 해상 서비스를 금지했다.
크렘린궁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조처는 러시아의 '특별 군사 작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유가 상한제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josh@yna.co.kr,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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