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활성화·탈세 조장 우려…EU 요구 조건에도 저촉"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추진 중인 현금 결제 확대 정책에 대해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탈세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파브리지오 발라소네 이탈리아 중앙은행 경제분석국장이 5일(현지시간) 상·하원 예산위원회가 합동으로 주최한 2023년 예산안 공청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보도했다.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정부는 2023년 예산안에 자영업자들이 최대 60유로(약 8만2천710원)까지 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을 포함해 논란을 빚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30유로(약 4만1천200원) 이하를 식당이나 상점에서 결제할 때는 주인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또한 2015년 이전의 체납 세금에 대해서는 최대 1천유로(약 137만원)까지 세금 '사면'을 실시하고, 현금 거래 한도를 종전 1천유로(140만원)에서 5천유로(약 690만원)로 늘리기로 했다.
멜로니 총리는 카드 결제가 미국 신용카드 회사만 살찌우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전 세계적으로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에 역행하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발라소네 경제분석국장은 이에 대해 "현금 결제, 세금 감면과 관련한 일련의 조치는 유럽연합(EU)의 코로나19 회복기금 지원 제도인 국가회복프로그램(NRRP)을 통한 이탈리아의 전자 현대화 작업과 탈세를 지속해서 줄일 필요성과 배치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금 결제 상한선을 높이면 지하경제가 활성화되고, 탈세와의 싸움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2026년까지 1천915억유로(약 264조원)에 이르는 코로나19 회복기금을 EU로부터 지원받는다. EU는 회원국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이탈리아에 지원하면서 이탈리아 정부가 디지털화 수준을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발라소네 경제분석국장은 정부의 '현금 사용 장려'가 EU의 디지털화 요구와 충돌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멜로니 총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 카드 결제 거부가 가능한 상한선이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60유로보다 낮아질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멜로니 총리는 "전자 결제 문제는 EU의 코로나19 회복기금의 쟁점 중 하나이기 때문에 EU와의 논의가 어떻게 끝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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