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회가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개시와 관련된 표결을 오는 13일로 한 주 연기했다고 현지매체와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남아공 국회는 당초 이날 라마포사 대통령이 지난 2020년 개인농장에서 거액의 외화를 도난당하고도 은폐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법 위반을 했을 수 있다는 내용의 국회 패널 보고서를 채택할지에 관한 논의와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국회는 그러나 이처럼 중대한 표결을 온라인 등으로 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할 수 없다면서 의원들이 직접 입법 수도인 케이프타운에 모여서 하기로 했다고 노시비웨 마피사-응카쿨라 국회 의장이 설명했다.
국회는 전날 라마포사 대통령이 결백을 주장하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보고서를 무효로 해달라고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과 상관없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의 보고서를 작성한 3인의 국회 지명 패널 가운데는 전 헌법재판소장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전날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집행위원회가 난상 토론 끝에 라마포사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리해 실제로 탄핵 표결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ANC는 전체 의석의 절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탄핵 절차를 개시하려면 의원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보연구소(ISS)의 정치학자 재키 실리어스는 로이터에 "라마포사 대통령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라마포사 대통령은 자신이 물러났을 경우 2024년 총선에서 ANC에 미칠 손상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싸울 필요가 있다고 확신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다음 주 국회 표결이 있는 날 케이프타운의 세계과학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달 30일 보고서가 나온 이후 그의 첫 공식 석상 행사이다.
오는 16일에는 ANC 전당대회가 열려 당 대표를 뽑을 예정인 가운데 당 대표를 겸하고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이 재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억만장자인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6월 동북부 지역에 있는 개인 농장 팔라팔라의 소파 밑에 숨겨둔 수백만 달러의 외화 뭉칫돈을 도난당하고도 이를 함구했다는 폭로에 직면했다. 폭로를 터뜨린 아서 프레이저 전 정보기관 수장은 문제의 외화가 라마포사 대통령의 '검은돈'이기 때문에 나중에 대통령 경호팀이 도둑들을 몰래 체포하고도 뇌물을 줘 도난 사실을 비밀에 부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실정법상 이 정도 액수를 신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관한 것은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했다는 문제도 제기되면서 그의 명성에 흠집이 가고 대통령 재선 가도에도 그림자를 드리웠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도난 액수는 농장의 버펄로를 판 대금 약 50만 달러(약 6억6천만원)라고 주장하는 등 불법성을 일절 부인하고 있으나 국회 패널 보고서는 그의 해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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