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피해자의 분명한 동의가 없이 이뤄진 성관계를 성폭행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이 스위스에서 추진되고 있다.
스위스 연방 하원은 5일(현지 시각) 명시적 동의 없는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규정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성폭행이 성립되는 법적 요건을 넓혀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피해자가 분명히 동의한 경우가 아닌 성관계를 가해자의 성폭행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이른바 '온리 예스 민즈 예스(Only yes means yes)' 조항으로도 불린다.
피해자가 거부 내지 거절 의사를 표시한 상황에서 이뤄진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간주하는 '노 민즈 노(No means no)' 조항보다도 처벌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비동의 성관계를 성폭행으로 처벌하는 방안은 한국에서도 공론화됐던 이슈다.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2019년 유죄가 확정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이 2018년 1심 당시엔 무죄 판결이 나왔던 점을 계기로 성폭행의 범위를 넓게 해석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성폭행 혐의의 유무죄를 따질 때 가해자의 요구를 피해자가 거부하거나 저항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지를 중요한 판단 근거로 삼는 한국의 형법 규정으로는 성폭력을 엄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여성계 등을 중심으로 잇따랐다.
스위스 연방 하원의 이번 법안 처리도 느슨한 법적 요건 때문에 성폭력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 사례를 없애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가해자의 처벌 여부를 가를 피해자의 '분명한 동의 표시'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를 비롯해 성폭행 구성 요건을 둘러싼 이견이 연방 상원의 토론 과정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양원제를 채택한 스위스 연방의회는 하원과 상원이 동등한 권한을 갖고 서로를 견제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다. 상원이 하원의 법안에 반대하면 입법은 이뤄지지 못한다. 그만큼 이견이 나올 여지가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양원 간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런 입법 구조의 특성 때문에 '온리 예스 민즈 예스' 법안은 당장 입법화하기보다 내년까지 스위스 연방의회에서 계속 논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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