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책임론·부적절만찬·헌법부정'…입지 좁아지는 트럼프

입력 2022-12-07 04:27  

'선거책임론·부적절만찬·헌법부정'…입지 좁아지는 트럼프
공화당도 비난, 경쟁자 디샌티스 턱밑 추격…"트럼프 지지층 결집" 반박도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3중고'에 휩싸이며 정치적 입지도 타격을 받는 분위기다.
지난달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부진의 책임론과 인종 차별주의자들과의 부적절한 만찬에 이어 헌법 부정 발언 논란까지 불거지며 비난의 한가운데에 선 것이다.
그의 정치적 토대인 공화당에서조차 비난 발언이 쏟아지며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징후가 속속 드러나고 있어 트럼프의 재선 가도가 험로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는 공화당내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과 정치적 견해를 공유하는 분신과도 같은 지지자들을 공화당 후보로 만들어 중간선거에 대거 내보냈으나 이들이 주요 선거구에서 줄줄이 낙마하면서 공화당 선거부진의 주된 요인이 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공화당은 당초 조 바이든 정부 심판론과 경제 악화 등으로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지만 상원 탈환엔 실패했고, 하원에선 가까스로 다수당이 됐다.
이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책임론이 분출하는 계기가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중간선거 일주일 만에 대선 출마 선언을 했지만,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반유대주의자인 가수 예(카녜이 웨스트), 백인 우월론자 닉 푸엔테스와 만찬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헌법을 부정하는 언급을 하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으며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트위터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지난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의혹과 관련한 기사 유포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트위터 내부 논쟁이 있었다고 밝히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사기를 또 내세우며 헌법상 선거규정 이행 종료를 주장한 것이다.
물론 비난이 일자 그는 헌법을 끝내고 싶지 않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지난 대선을 다시 해야 한다거나 그가 백악관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했다.이런 상황에 대해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점점 더 깊이 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공화당 일각에선 이미 트럼프에 회의적"이라며 "최근 논란은 많은 공화당 지지층이 그를 후보로 세 번째 지명하는 데 위험이 있음을 강조한다"고 했다.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는 "당신이 출마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면, 이번은 분명히 대조를 이룰 기회"라고 비꼬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전날 "모든 공직자나 공직에 복무하려거나 다시 헌신하고자 하는 이는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할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사 머코스키 상원의원도 헌법 종료 발언에 "우리의 취임 선서에 대한 배반일 뿐 아니라 우리 공화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는 중간선거를 기점으로 트럼프의 영향력이 쪼그라드는 반면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현상과도 맞물린다.
지난주 이코노미스트와 유고브의 공화당 대선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36%)는 출마 의향조차 밝히지 않은 디샌티스(30%)보다 불과 6%포인트 앞섰다.


다만 공화당 지도부 대다수는 트럼프의 만찬 논란을 비난한 것과 달리 헌법 발언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면서 당내 확전을 경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조이스 하원의원이 "그는 많은 말을 하지만 그게 일어날 일이란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등 트럼프를 두둔하는 의원들도 없진 않다.
트럼프 정부 때 백악관에 근무했던 한 전직 관료는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언론의 분노가 이미 언론이 그의 말을 왜곡할 것이라고 믿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더욱 견고하게 할 가능성이 클 뿐이라며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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