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삶, 자유' 슬로건 나은 미래 의미…자유와 안전이 대립해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이란의 개혁파 전직 대통령이 현 정부를 향해 반정부 시위대의 요구를 귀 기울여 들으라고 촉구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은 7일 이란의 '학생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현 정부를 향해 "너무 늦기 전에 잘못을 바로잡고 좋은 통치로 나아가라"고 직언했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이번 시위에 대해 학생과 교수가 함께 참여한 전례 없는 시위이며 "'여성, 삶, 자유'라는 아름다운 슬로건은 이란 사회가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란 당국의 강경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자유와 안보가 대립해서는 안 된다"라며 "그 결과로 안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자유가 짓밟히거나 자유라는 이름으로 안보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타미 전 대통령은 라이시 정부를 향해 "관료들이 이 시위를 진정으로 인정하고, 부당한 대응 대신에 시위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며, 그들의 도움으로 너무 늦기 전에 잘못된 통치 측면을 인식하고 좋은 통치로 나아가기를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공개적으로 시위대를 칭찬하고 당국에 경청을 촉구하는 발언을 한 것은 드문 일이라고 BBC는 전했다.
1997부터 2005년까지 재임한 하타미 전 대통령은 언론 자유와 여성 해방, 시장경제 등의 가치를 내세운 개혁 성향의 지도자로, 재임 시 여성과 학생, 청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지난 9월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여성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란 전역으로 확산했다.
지금까지 150여 개 도시와 대학 140곳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면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정부에 가장 심각한 도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강경파인 라이시 대통령은 이번 시위의 배후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시위에 엄중한 대응을 지시했다.
이란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473명 이상 사망했고, 학생 586명을 포함해 1만8천215명이 구금됐다. 보안군도 61명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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