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수반인 총리 취임해 외교면책특권 있다는 미국 행정부 주장 인정"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 연방법원이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대해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관련 소송을 각하했다.
6일(현지시간) AP·AFP·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존 베이츠 판사는 행정부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시민단체 등이 낸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소송을 각하했다.
베이츠 판사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 지시를 내렸다는 원고 측 주장이 믿을만하며 설득력과 근거가 있다면서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외국 지도자로서 면책특권을 지닌다는 미국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거부할 수는 없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베이츠 판사로부터 의견 표명을 요청받고 시한을 나흘 앞둔 11월 17일 이런 입장을 공식 문서로 법원에 보냈다.
숨진 카슈끄지는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무함마드 왕세자에 대한 비판적 기사를 자주 썼던 인물이다.
그는 혼인신고 절차를 밟기 위해 시간 약속을 잡고 2018년 10월 2일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총영사관을 방문했다가 사우디 정보요원에 의해 살해됐다.
카슈끄지의 약혼녀와 시민단체 등은 살해 공작의 배후로 의심되는 무함마드 왕세자 등을 상대로 정신적·금전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2020년 미국 법원에 냈다.
무함마드 왕세자 측은 카슈끄지 살해에 대해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이는 부하들이 보고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저지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에 빈살만 왕세자가 있었고 살해 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했다는 정보기관의 결론을 작년 2월 공표해 사우디와 외교 갈등을 빚었다가 올해 여름부터는 국제유가 등 문제를 계기로 사우디 측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왔다. 행정부가 11월 17일 법원에 통보한 공식 입장도 이를 반영한 것으로 관측된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정부 수반인 총리(장관회의 의장)가 된 것은 올해 9월 27일로, 사건 발생과 소송 제기보다 몇 년 뒤였다. 이 자리는 전통적으로 국왕 본인 또는 왕세자가 맡는다.
이렇게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 총리직을 맡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근거로 면책특권을 인정한 것은 그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라고 카슈끄지 약혼녀와 인권단체 등은 반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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