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디언 "극우 유명 인사들이 러 정부의 허위정보 확산시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약화시키기 위해 전개하는 허위정보 공작과 선전에서 미국 보수세력 인사들이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반유대 백인우월론자인 닉 푸엔테스와 트럼프 전 대통령 책사인 스티브 배넌, 폭스 뉴스의 극우성향 진행자 터커 칼슨 같은 우파 유명인사들이 러시아 정부의 노골적인 거짓말을 확산시키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적대적인 보수 진영 세력은 언론계와 문화계 등은 물론 의회 내에도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공화당 내 극우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의 폴 고사, 마저리 테일러 그린, 스콧 페리 의원 등은 지난 5월 다른 공화당 의원 54명과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400억 달러 지원안에 반대표를 던져 러시아의 유용한 친구임을 입증했다.
내년 1월 하원의장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백지수표식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함에 따라 이들과 보수 진영 친러시아 매체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며, 이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들도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으로 러시아 정부에 우호적인 극우 세력은 거짓 정보를 퍼뜨리는 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프리덤 코커스 의원들을 초대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반유대 백인우월주의로 악명 높은 닉 푸엔테스가 지난달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저택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찬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그는 지난 3월 팟캐스트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게 아니고 전쟁 목적도 '비합리적이지 않다면서 우크라이나를 나치로부터 해방하려 한다는 러시아 주장을 뒤풀이하며 "차르 푸틴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푸엔테스의 발언보다는 덜 선동적이기는 하지만 전쟁 초기부터 친러시아 성향의 발언과 왜곡으로 훨씬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쳐온 인물은 폭스 뉴스의 극우성향 진행자 터커 칼슨이다.
그는 지난 9월 "우리는 미국이 세계 최대 핵 강국과 직접 전쟁을 벌이는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 언론이 미국 내 전쟁 반대 여론을 과장하는 데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민주주의 수호를 동맹'의 브렛 셰이퍼 선임연구원은 "지난 3개월간 공화당 우파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정적 메시지가 넘쳐난 것을 고려하면 그린 의원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감사 결의안을 낸 것은 놀라운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8월 이후 공화당 의원 후보들이 트위터에 올린 글 중 많이 리트윗된 100건 중 90%는 우크라이나 지원 반대였다며 "하원의원 대다수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찬성하지만, 목소리가 큰 사람들이 반대하고 있고 그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28년간 대러시아 작전을 이끈 존 사이퍼는 "푸틴의 약점은 전략적 사고를 못 하고 알고 있는 것에 의존한다는 것"이라며 정책과 러시아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KGB에서 갈고닦은 전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푸틴이 전장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위협과 협박으로 서방 지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겁을 줘 우크라이나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려 한다"며 "핵 위협은 우크라이나 지지자들 사이에 불안과 불화를 심기 위한 수단이고 '더티 봄' 주장은 국내에 우크라이나가 실제 위협이라는 신호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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