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수요예측 흥행 성공…한전채도 4%대 발행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배영경 홍유담 기자 =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랭했던 채권시장의 투자심리가 최근 들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금리의 안정화가 공사채 및 우량등급 회사채의 금리 진정으로 이어지고 계절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연말임에도 회사채 수요예측이 잇달아 흥행하는 등 온기가 퍼져나가는 모습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SK텔레콤[017670](AAA)이 전날 2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목표금액의 약 8배에 가까운 1조9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장기물에 해당하는 SK텔레콤의 10년 만기 회사채에도 목표금액 2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1천500억원 가량의 뭉칫돈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K(AA+)도 지난달 30일 실시한 2천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천600억원 규모의 주문을 받았다.
또 지난달 29일 하이투자증권(AAA) 역시 1천800억원 규모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천400억원을 모으는 등 연말임에도 회사채 수요예측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회사채 시장의 회복세는 금리 상으로도 확인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무보증 3년 회사채 AA-등급 및 BBB-등급의 금리는 전일 오후 기준 각각 연 5.387%, 연 11.228%로 집계됐다. 두 금리가 지난 10월 중순에 각각 연 5.736%, 연 11.591%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 수준 안정된 상태다.
초우량 신용등급임에도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시장 내 투자수요를 흡수해왔던 한전채도 최근 들어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한국전력[015760]이 4%대(4.8%) 금리로 총 4천400억원 어치의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금투협에 따르면 한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연 5.825%까지 치솟았던 한전채의 유통금리도 전일 오후 기준 연 5.242%까지 내려온 상태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선순위채권도 기업 민평금리보다 낮은 금리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은 3년물 선순위채권 400억원을 기업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보다 5bp(1bp=0.01%포인트) 낮은 금리로 모집하는데도 수요가 몰렸다. 미래에셋증권 3년물 민평금리는 이날 기준 5.505%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실제 발행할지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시장에 태핑(의사 타진)을 해본 수준으로 여건은 우호적이다"라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도 2년물과 3년물 선순위채권을 500억원씩을 민평금리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한투자증권 2년물과 3년물 민평금리는 이날 기준 각각 5.521%와 5.572%로,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발행 여부가 결정되면 오는 14일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단기자금시장의 바로미터 격인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도 지난 9월 중순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오다가 지난 1일 상승세를 멈췄고 전날까지 4거래일 연속 연 5.5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로 인해) 9월 본격적인 유동성 문제가 나오기 이전 수준까지 되돌아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 크레디트 스프레드 확대 폭이 꺾이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했다.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크레디트채권과 국고채 간의 금리 차이로, 확대 폭이 클수록 기업 신용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현재의 온기가 '추세 전환'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채권 운용역은 "현재 시장에서 정부와 금융당국이 잇달아 내놓은 정책 효과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 연말 넘어 내년 초에도 시장이 실제로 회복하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같은 여전채라도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있는 캐피탈채는 카드채보다 약해서 부동산 익스포저 관련 채권은 여전히 투자하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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