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반도체 집중 매도…개인 홀로 1조5천억원 순매수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두 달간 6조원 넘게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며 코스피를 끌어올렸던 외국인이 이달 들어 약 1조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9천59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1일을 제외하고 2일부터 4거래일 연속 매도 포지션을 유지했으며, 코스닥시장에서는 4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 투자자 역시 6천20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오로지 '동학개미'들만 1조5천149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를 낳고 있는 반도체 종목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000660] 주식을 3천816억원어치 팔아치워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고, 삼성전자[005930]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천448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3위는 전자부품업체 LG이노텍[011070](663억원), 4위는 게임사 크래프톤[259960](624억원)이었다.
LG전자[066570](424억원), SK이노베이션[096770](382억원), NAVER[035420](네이버·375억원), 아모레G[002790](360억원), KT&G(346억원) 등도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개인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 1위는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SK하이닉스가 차지했다. 이달 들어 개인은 SK하이닉스를 4천420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내놓은 물량을 받아냈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3천312억원, 크래프톤은 1천297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외국인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삼성SDI[006400]는 각각 1천347억원, 1천63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이달 들어서도 2차전지 종목은 매수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이 집중적으로 매도한 종목은 이달 들어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30일 종가보다 7.2% 하락해 '7만닉스'(7만원+SK하이닉스)로 주저앉았다. 전날 SK하이닉스 종가는 7만8천900원으로, 종가 기준 주가가 8만원 아래로 내려온 건 2020년 11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삼성전자(-5.3%), LG이노텍(-7.9%), 크래프톤(-21.4%) 등도 지난달 30일 종가 대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이 매수에서 매도로 포지션을 전환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 폭을 결정하는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내놓아 금융시장 랠리를 촉발했으나, 이후 발표된 고용 지표와 비제조업(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각종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견조해 시장에서 긴축에 대한 공포감이 되살아나고 있다.
이에 연말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산타 랠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3년간 유가증권시장은 12월 지수 상승률이 5∼10%대에 이르는 등 산타 랠리가 확연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 때는 연준의 긴축완화 기대감이 형성될 때"라며 "12월 FOMC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매도에 영향을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월은 외국인 투자자가 북 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을 하는 때라 포지션을 정리해놓고 새해에 다시 매매를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며 "올해는 FOMC가 있어서 산타 랠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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