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 계좌·대리인 동원해 신분 숨기고 베벌리힐스 주택 구입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러시아 정보기관의 지시를 받고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에 나섰던 우크라이나의 전직 정치인이 보유한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의 고급 주택이 당국에 압류됐다.
미국 법무부는 7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보기관을 위해 암약한 것으로 알려진 안드리 데르카치(55)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위반과 돈세탁 등 7개 혐의로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기소됐다고 밝혔다.
모든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 최대 30년 징역형이 예상되지만, 현재 미국 검찰은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당국은 데르카치에 대한 기소 외에도 그가 베벌리힐스에 차명으로 보유한 고급 주택 2채에 대한 압류에 나섰다.
검찰은 그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외국에 등록된 회사 계좌와 대리인을 동원해 신분을 숨긴 채 베벌리힐스의 부동산을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앞서 데르카치는 지난 2020년 미국 정부에 의해 미국 내 자산 압류와 경제활동 금지 등의 제재를 받았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 대화 녹음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언론 등에 전달했다는 혐의 때문이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편집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녹음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지난 2015년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페트로 포로셴코와 검찰총장 해임 문제를 논의한 대화가 담겼다.
이 내용을 놓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 시절에 아들인 헌터 바이든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 정부가 데르카치에 대한 제재에 나서자, 러시아는 그가 우크라이나 국적이라면서 자신들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데르카치는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이던 부친의 영향 아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KGB가 운영하던 고교를 졸업했고, 우크라이나의 친러 정당에 소속됐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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