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후지모리' 정서 업고 당선…집권 초부터 부패 의혹 휩싸여
두 차례 위기 넘겼으나 결국 탄핵…지지율 10%로 민심도 등돌려
'의회 해산 카드'로 반격 모색했으나 부통령 등 내각도 '반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우파 정치 라이벌을 가까스로 따돌리고 정권을 잡은 지 16개월여 만에 '탄핵의 멍에'를 쓰게 된 페드로 카스티요(53) 전 페루 대통령은 '시골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이다.
급진 좌파 성형으로 분류되는 그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기간 개헌, 에너지 분야 국가 통제 강화, 1년에 100만 개 일자리 창출 등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민층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특히 우파 정치인인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의 부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집권)에 대한 페루의 '반(反)후지모리' 정서를 자극하면서 대선에서 0.25%포인트 차 신승을 거둬 지난해 7월 28일 대통령에 취임했다.
빈농의 아들이었던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정계·재계 등 엘리트 출신이 아닌 페루 첫 대통령으로, 취임사에서 "처음으로 농부가 우리나라를 통치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부패 없는 나라와 새 헌법을 페루 국민에 맹세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는 극단적으로 양분된 민심을 수습해 통합을 이뤄내는 것과 더불어 정치·사회·경제 혼란을 가라앉혀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으나 정부 출범 3주도 안 돼 정부 각료 낙마 사태를 마주하는 등 불안하게 출발했다.
취임 후 테러 행위를 정당화하는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 조사를 받은 국무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는 등 민심도 악화했다.
이후 6개월 사이 3명의 총리가 낙마하고 장관들이 줄줄이 교체되는 인사 참사가 반복되며 정국 불안은 커졌고, 급기야는 취임 8개월도 안 된 상황에서 대통령 스스로 2차례 탄핵 위기를 맞았다.
앞서 지난해 10월 페루 야당은 의원 28명 서명을 받아 탄핵소추안을 제출한 데 이어 두 달 뒤 탄핵안 통과를 시도했으나 찬성 46표, 반대 76표, 기권 4표로 부결됐다.
이어 지난 3월에도 탄핵소추안이 찬성 76표, 반대 41표로 발의됐다. 다만, 이때는 토론 끝에 찬성 55표, 반대 54표, 기권 19표로 또다시 부결됐다.
그 사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취임 일성과는 달리 각종 부정부패 의혹에 시달렸고, 검찰 수사 대상에까지 올랐다.
국가사업을 특정 업체에 밀어주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예비조사를 받은 것을 비롯해 논문 표절 등 모두 6건의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대통령궁과 사저에 대해 압수 수색도 했으며, 대통령 처제 예니퍼 파레데스를 구금해 조사하는 한편 릴리아 파레데스 영부인에까지 수사망을 좁혀갔다.
일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관련 의혹과 주장은 모두 조작된 이야기"라며 각종 혐의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깨끗한 좌파' 이미지에서 '부패 혐의자'로 추락한 그에 대해 국민들의 퇴진 요구는 거세졌고, 최근엔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는 등 사면초가에 몰렸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의회 해산 카드'로 탄핵을 추진하는 의회에 대해 반격을 모색했으나 부통령을 비롯한 내각마저 그에게 반기를 들었다.
급기야 이날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잃게 됨에 따라 그는 당장 검찰에 출석해야 할 피의자 처지가 됐다.
규정상 대통령은 재임(임기 5년) 중에는 재판을 받지 않지만, 이제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카스티요 전 대통령에게는 '남의 이야기'가 됐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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