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정부 "파텍,급진주의 포기"…호주 정부, 감시 강화 요구 예정
테러 생존자 "가석방 웃기는 일…급진주의 포기하지 않을 것"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박의래 특파원 = 호주인 88명을 포함해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 주범이 호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석방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발리 테러범 우마르 파텍(55)은 지난 7일 오전 8시께(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자바주 수라바야에 있는 교도소에서 석방됐다.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호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풀려난 것이다.
리카 아프리안티 인도네시아 법무부 교정국 대변인은 그가 수감생활을 하면서 급진주의를 포기했다며 "파텍은 교정국의 안내에 따를 의무가 있으며 가석방을 유지하기 위해 어떠한 폭력도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텍의 석방 소식에 호주 정부는 우려를 표했다.
크리스 보엔 호주 에너지부 장관은 8일 오전 호주 7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법체계가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라면서도 "그가 풀려났다는 사실이 끔찍하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파텍의 가석방에 대해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고 그가 확실히 감시받을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할 예정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호주의 깊은 관심을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주 언론도 일제히 그의 가석방 소식을 전하며 호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리 폭탄테러 사건의 생존자로 파텍의 재판에서 증인으로도 참석했던 피터 휴즈 씨는 호주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파텍이 급진주의를 포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며 "파텍은 테러를 만든 장본인이었으며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를 내보내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주 정부가 그의 가석방에 대해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파텍이 가석방 수순을 밟고 있다는 소식이 나오자 호주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우려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도 지난 8월 그가 가석방되면 유가족의 고통과 트라우마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며 그의 석방을 "혐오스럽다"라고 말했다.
알카에다와 연계한 동남아 이슬람원리주의 연합단체 제마 이슬라미야 소속인 파텍은 2002년 10월 12일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연쇄 폭탄 테러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돼 2012년에 법원에서 20년형을 선고받았다.
서자카르타 지방법원은 파텍이 차량 폭탄 제조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는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인 지난 8월 17일에 5개월 형을 감면받는 등 총 33개월을 감형받은 데 이어 수감 기간이 전체 형량의 3분의 2를 넘어서면서 가석방 대상이 됐다.
교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교정 당국은 파텍이 교화 프로그램을 통해 변화를 보였다고 믿고 있다"며 "특히 인도네시아 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한 것이 가장 주효했다"고 말했다.
한편, 파텍은 지난 8월에 수감 중인 인도네시아 포롱 교도소에서 촬영한 인터뷰 영상에서 자신이 테러에 연루된 것은 '실수'였다면서 테러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텍이 이 인터뷰 영상에서 교도소장과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교도소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되자 호주 언론이 일제히 이를 보도하며 파텍을 비난했고, 이후 영상은 삭제됐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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