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인터뷰…"주민 300만명에 난방시스템 500대뿐"
러 미사일 공세 탓…서방에 새 방공체계 지원해달라 촉구
(서울=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계속 공격하면 올겨울 키이우에 '종말론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현지 행정수장이 우려를 드러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전력 시설 등 주요 기반 시설을 계속 공격할 경우 재난이 불거질 것이라며 주민에게 언제든 대피할 준비를 하라고 경고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키이우에 전력, 수도, 난방 공급이 끊길 수 있다"며 "낮은 기온으로 인해 집에서 사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할리우드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세상 끝날(아포칼립스)이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개전 이후 키이우에서 민간인 152명이 숨지고 건물 678채가 파손됐는데,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주기적으로 공격하면서 올겨울 키이우 주민들이 새로운 고난을 맞닥뜨리게 됐다고 전했다.
현재 키이우에는 시민 360만 명이 살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수용할만한 난방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클리치코 시장은 "키이우에는 자율 난방시스템 약 500대가 마련돼 있지만, 300만 명이 사는 도시에 500대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키이우의 전력 부족률이 20%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전력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이 당장 키이우를 떠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해야 한다며, 중앙난방 시스템 가동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기온이 섭씨 영하 15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설명했다.
그는 "외부 기온이 떨어진 상태에서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 건물 수도시설에서 물을 제거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건물 내부에 남아있는) 물이 얼어 전체 급수망이 파괴돼 건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리치코 시장은 키이우 시민들에게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식량과 물을 마련하고 난방 공급이 중단될 경우 언제든 대피할 수 있도록 옷가지와 서류를 준비해 놓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키이우 시민들이 올겨울을 안전하게 나려면 발전기와 산업용 난방 시스템과 함께 러시아의 공습에 대비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공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서방에 지원을 호소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고전하자 지난 10월부터 장거리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전역 전력공급 시설을 파괴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는 우크라이나군의 운영뿐만 아니라 추운 겨울에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에게 고통을 안기는 까닭에 서방 국가들에서 전쟁범죄로 규탄을 받고 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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